과거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영화가 많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작 ‘에이 아이(A.I)’, 2035년을 배경으로 지능을 갖춘 로봇과 공존하는 인간을 그린 2004년작 ‘아이로봇’ 등을 꼽을 수 있죠.
이들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며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흐른 현재, 이 같은 영화 속 현실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SF영화에서 나올 법한 ‘인공지능’의 실체(?)가 각인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 대한민국을 충격과 놀라움에 빠지게 한 ‘알파고’의 등장입니다.
알파고 외에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 말이죠.
금융권에서는 벌써 인공지능이 자산관리전문가를 대신해 자산관리를 돕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성행하고 있는, 일명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말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산관리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PB(Private Banker·자산운용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대신’을 강조한 이유는 아직까지 자산관리 분야는 로봇보다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투자자의 질문을 통해 금융사가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형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좌 개설, 상품 운용 등을 모두 담당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과 몇 년 안에 말이죠.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장점은 Whenever(언제든지), Wherever(어디서든), whoever(누구든지)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이용의 제약이 사라졌다는 의미죠.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자산에 맞춰 필요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내가 편한 곳, 내가 편한 시간에 서비스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은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기존의 자산관리는 높은 수수료 탓에 고액자산가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차별화된 자산관리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IT에 익숙한 20, 30대들을 중심으로 낮은 수수료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산관리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죠.
정확성을 높여준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위험 성향과 목적을 구분해 투자 운용합니다. 투자 경험의 추적을 통해 개별 투자자의 최적의 종목, 투자 비중 등을 산출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인간 자산관리전문가보다 실수가 적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정확성에 대해서는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정확성=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을 통해 자산 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각종 제약을 줄여주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를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해주는 것으로, 일종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입니다.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전문가의 ‘대체재’보다는 ‘보완재’ 역할이 큽니다. 하지만 점점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변형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가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고액자산가만이 아닌 일반 금융 소비자의 재산 증식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빠르죠. 경영컨설팅 업체인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따르면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지난해 3000억 달러에서 2020년 2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68%씩 성장하는 셈이죠.
이미 은행, 증권사 등 대다수 금융사는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사람과 똑같은 로보어드바이저 구현을 위해 끊임없는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문제도 있죠.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진 장점들로 이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투자 자문을 넘어 자산관리를 하는 그 날을 고대해봅니다.
*파봇(FABOT)은 자산 배분 형태의 투자, 즉 포트폴리오 구성, 트레이딩, 리벨런싱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알고리즘으로 설계되어있습니다.
통계적, 수학적으로 풀이된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설계된 로보어드바이저의 대표 주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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