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대적인 보호무역으로 궁지에 몰린 우리 기업들에 올해 최대 3조6,000억원이 넘는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보복과 업황부진으로 이익이 줄고 있는 기업들이 정부의 법인세 인상에 따라 세금부담마저 커지면 고용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관련기사 5면
9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공동으로 상장사들의 세전계속사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올해 95개 기업이 2,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전이익은 법인세와 각종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금액으로 정부가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과 가까운 수치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기존보다 3%포인트 올린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의 법인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들이 각종 공제를 받은 후 실제로 내는 법인세율(실효세율)이 17.4%에서 19.4%로 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세전이익 2,000억원이 넘는 95개 기업은 지난해 실효세율(17.4%)을 적용하면 31조4,996억원의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인세(실효세율 19.4%)는 3조6,206억원 증가한 35조1,203억원까지 불어난다. 이 중 반도체 슈퍼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13조원)가 약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위기에 빠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아모레퍼시픽·롯데쇼핑 등도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더 물어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프랑스·일본은 투자와 고용을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며 “반면 국내 기업들은 국내 투자의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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