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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일상] '집사'가 되는 과정<1> "돈이 없으면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





올해 초 “댕댕이 좀 길러보자”는 아내의 부탁(이라 쓰고 압력이라 읽는다)이 거세졌습니다. 동물을 단 한 번도 키운 적 없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 ‘바퀴벌레 빼고는 다 길러본’ 아내를 믿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선택지는 개와 고양이로 좁혀졌지요. 긴 고민 끝에 결국 ‘부부만의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는’ 고양이로 낙점됐습니다. 우리 부부와 비슷한 이유로 늘어나는 1인 가구와 함께 반려묘 수요도 증가추세랍니다.

하지만 ‘캣맘’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만큼 유기묘 역시 너무도 많은 현실이죠. 이제야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이르는 애묘인들의 은어)’를 맞이한 초보 ‘집사(고양이의 도도한 성격이 마치 주인을 집사로 여기는 수준이다 하여 붙여진 명칭)’지만 버려지는 아픔이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생후 2개월째 입양된 새끼 고양이(집사들 용어론 아깽이). 특히 숍에서 데려온 아이라면 한동안 두터운 박스 안에 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은 “돈이 없으면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고양이를 들인다는 건 아기를 낳은 것과 같기 때문이죠. 의료비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혹시 아기 옷을 선물해 보신 적이 있나요? 손바닥만큼 작은 옷 한 벌이 성인 옷 못잖은 가격이죠. 마찬가지로 동물의 의료비라고 결코 싸게 먹히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고양이도 사람처럼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죠. 가장 흔하게 걸리는 5가지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5종 백신’을 맞지요. 헤르페스바이러스·칼리시바이러스·클라미디아·범백혈구 감소증·백혈병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호흡기 감염, 결막염, 비염, 구강 궤양 등을 유발하고 심각해지면 폐렴을 일으켜 고양이가 죽기도 한대요.



아기 고양이에게도 위험하지만 특히 성묘가 감염되면 증상이 더 위중해진다고 합니다. 이런 중요한 주사를 안 맞을 수가 없겠지요. 생후 5개월까지 2~3번에 걸쳐 나눠 맞는데 동물병원에선 1번 접종에 보통 5만 원을 받습니다. 또 개와 마찬가지로 심장사상충을 예방해야 하죠. 개보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니 매달 정기검진을 하고 약을 먹는 게 안전합니다. 동물병원에선 이 약을 보통 1만5,000원에 판매합니다. 질병이 걸린 것도 아니고 ‘예방’에만 이 정도가 듭니다.



제가 키우는 녀석은 유독 귀가 빨개지고 아파서 연고를 샀는데 그 연고가 7만원이었죠. 게다가 당뇨병, 간 질환, 췌장염, 루프스 등 사람의 모든 병을 고양이도 앓을 수 있답니다.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 또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이제 좀 감이 오실지… 아픈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엄청난 비용을 듣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더러 있대요. 건강할 땐 ‘내 새끼’라면서 정작 돈 앞에 무너질 사랑이라면 차라리 접어두시길. 특히 새끼 고양이를 입양했다면 초기엔 매달 10만원은 의료비로 나갑니다.

고양이는 무척 예민하고 깔끔합니다. 보통 모래가 깔린 화장실에 용변을 봐요. 물론 사람 변기를 같이 쓰는 녀석도 있지만 많진 않죠. 뒤에 말씀드리겠지만 모래와 화장실의 종류는 다양해요. 공통점은 모래 유지비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겁니다. 아주 싼 제품을 쓰지 않는 이상 이것도 매달 2만~3만원은 염두에 두셔야 하죠. 그 외에도 사료나 간식 등 들어갈 돈은 수두룩합니다. 아픈 곳이 없어도 월 10만 원쯤은 ‘적금처럼 나간다’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하실 거예요. 물론 저로서는 그 정도 금액은 키우는 행복에 견주면 정말 ‘껌값’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글·사진=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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