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운동화 이후 히트작을 못내 부진했던 프로스펙스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최강 배달꾼’에 노출된 ‘고경표 운동화’로 알려진 ‘오리지널’ 라인의 매출이 껑충 뛰면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가을·겨울 시즌 주력인 오리지널 라인은 프로스펙스의 상징적 로고인 ‘F’를 활용해 1981년 당시 출시됐던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한 달 만에 하루평균 판매량이 200% 이상 치솟았다.
‘오리지널’이 침체 된 패션 시장을 살리고 있다. 과거 잘나갔던 향수를 되새기는 레트로 열풍이 지속 되는 가운데 유행에 민감한 SPA 브랜드의 속성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와 헤리티지가 확고한 슬로우 패션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클래식한 매력이 30~40대에게는 친밀함과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10~20대에게는 참신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트 디럭스’와 빅로고 티셔츠로 대표되는 ‘헤리티지 라인’으로 102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부활에 성공한 휠라는 1990년 인기 아이템이었던 ‘디스럽터2’로 오리지널 열풍에 가세했다. 이는 1998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휠라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올 상반기 미국·유럽에서 먼저 완판됐다. 지난 6월에 출시됐는데 지금껏 3개월 만에 15만족 이상 팔리며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MCM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의 MCM이 있게 한 베스트셀러 ‘골드 비세토스’에서 영감받은 ‘에센샬 비세토스 오리지날’ 제품을 내놓고 헤리티지 라인을 강조하고 나섰다. MCM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코팅 위에 MCM 로고가 돋보이는 ‘골드 비세토스’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왕년의 명품 로고 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자인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패션업계 전반에 체크 디자인이 강타해 오리지날 체크 라인을 가진 ‘체크 원조’ 닥스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닥스는 캐시미어, 울, 패딩 등 체크를 활용한 다양한 소재의 제품을 출시해 체크 트렌드를 견인 중이다. 이지은 LF 신사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남성복에서는 은은한 체크 재킷과 화사한 색감의 체크 코트가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며 여성복에서는 복고와 맞물려 오버사이즈 핏의 체크 재킷과 체크 트렌치 재킷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의 경우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맞아 20년간 가장 사랑 받았던 디자인을 선보인 ‘시그니처 20’ 콜렉션이 완판 행진 중이다. 뷔스티에 원피스, 체크 재킷, 체크 스커트는 1, 2차 재생산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지난달 말 시그니처 20의 겨울 콜렉션을 출시했다.
김주현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마케팅 부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외 해외, 브랜드와 비 브랜드 간 수 많은 제품이 범람하고 있는 패션 시장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독창성을 가진 브랜드만이 살아남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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