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퇴진 선언으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계열사 전반에 인사 태풍이 예고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으로 구심점이 없는 상황임은 여전하지만 디지털솔루션(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던 권 부회장의 후임 등 연쇄적 인사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상 ‘총수 대행’이었던 권 부회장의 퇴진 선언이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인사를 통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자리가 당장 시급하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이미 후임자를 점찍어놓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 부회장과도 오래전부터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이 전혀 새로운 인물을 보고받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후임자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다음주에 후임자가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후임 DS부문장으로는 우선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거론된다. 1958년생인 김 사장은 D램 개발실장(부사장) 출신으로 종합기술원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두루 지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SDS 사장 등을 지내고 지난 2015년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전동수 사장도 언급된다. 강한 추진력이 강점인 전 사장을 삼성메디슨으로 발령 낸 것도 이 부회장의 의지로 알려진다. 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도 후임 DS 부문장으로 언급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내부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권 부회장과 달리 겸임을 맡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 안팎에서는 인사가 DS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이 “후배 경영진이 나서 새 출발할 때”라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만큼,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이 중용했던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 경영자들이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부적으로는 윤부근 CE 부문장이나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권 부회장을 이어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가 3~4년째 변화가 없는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인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 계열사의 CEO가 4년 가까이 변동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퇴진 선언은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인사가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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