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를 미국 스탠퍼드대처럼 창업과 일자리의 요람으로 키우겠습니다. 이제는 대학이 R&DB(Research and Development, Business·연구개발과 비즈니스)까지 해야 합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연구개발(R&D)에만 집중됐던 대학 교육이 앞으로는 사업화 등까지 결합된 R&DB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KAIST는 지난 4~5년간 학생들이 나서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동문 출신 창업기업이 1,450여개로 연매출 13조6,000억원, 고용창출 3만2,000명의 실적을 자랑한다.
“KAIST에는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기술 기반 창업이 많아 고용창출이나 매출에서 수월한 점이 있죠. KAIST창업원은 교수와 학생의 창업을 지원하고 투자를 알선하고 코스닥과 나스닥 상장도 지원하죠.”
신 총장은 “KAIST를 한국형 스탠퍼드로 만들고 싶다”며 “미국 대학 중 앞서가는 곳은 20세기 중반 이전부터 지식창출뿐 아니라 경제 부가가치를 연결한 교육, 즉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기업가정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스탠퍼드대는 1938년 프레더릭 터먼 학장이 제자인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휴렛팩커드 창업 자금을 지원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창업지원에 나섰다. 스탠퍼드 동문 기업은 4만여개로 560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매출도 2조7,000억달러(3,000조여원)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갑절이나 된다.
신 총장은 “KAIST가 세계 대학평가기관인 영국 ‘QS’와 ‘THE’로부터 공대 순위 13~14위의 평가를 받고 있고 로이터의 세계 혁신대학평가에서는 2년연속 6위(아시아 2년 연속 1위)”라면서도 “R&DB 기업가정신 면에서 성과가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1%밖에 안 될 정도로 약하다”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이에 따라 KAIST는 내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학부를 만들고 큰 프로젝트가 있으면 학과를 뛰어넘어 학생들이 융합연구를 할 수 있도록 융합관도 지을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부터 3~4대를 이어 연구실을 운영하는 사례가 심심찮은 것처럼 KAIST도 실적이 우수한 은퇴 교수의 연구실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협업이 이뤄지도록 ‘초세대협업연구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일본 나고야대에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업화하고 2014년 노벨상도 받았는데 선배 세대의 연구개발 실적을 후배가 이어받아 이룬 것이죠. 우리도 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학과 간, 세대 간 협업연구를 꾀하고, 기술사업화도 이뤄내고, 투자도 연결하려고 합니다.”
KAIST는 그동안 교수가 창업해도 사업능력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수가 기술을 현물출자(지분 20% 이상)하고 외부투자를 받아 전문기업인이 경영하는 사례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신 총장의 포부다.
국제화도 강조한 신 총장은 “강의 86%가 영어로 이뤄지는 KAIST에서조차 소통에 애로가 있다”고 털어놓은 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AIST는 국제화를 위해 6월 주한 외국대사관 초청행사도 가졌다. 당시 대사들 사이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케냐 측에서는 KAIST와 같은 이공계 중심 대학을 세워달라고 요청했고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KAIST 모델이 독특하다”며 교류를 제안했다. /대전=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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