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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집무실이 겨우 강남아파트 한채 값?

궁능문화재 보험가입 내역

국보 '경복궁 근정전' 33억

보물 창덕궁 선정전은 6.5억

소실땐 복구비 충당 힘들 듯

국보 제223호 경복궁 근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이 33억원으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809호 경복궁 자경전의 국유재산가액은 12억원으로 인근 경희궁 자이 아파트 한 채 가격 수준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809호 경복궁 자경전의 국유재산가액은 12억원으로 인근 경희궁 자이 아파트 한 채 가격 수준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무가지보(無價之寶)’

너무나 귀중해 그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보물. 역사를 담은 귀한 문화재를 일컫는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조선 시대 법궁인 경복궁의 핵심기관이자 주요 국가행사가 열린 국보 제223호 경복궁 근정전의 보험가액이 약 3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석기 의원(자유한국당)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궁능문화재 보험가입 내역’에 따르면 경복궁 근정전의 가치는 33억원으로 책정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한 채 가격에 불과했다. 왕비가 거처했던 침전인 교태전은 16억원, 대왕대비의 처소인 보물 제809호 자경전은 12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근 종로구의 신축 고급아파트 경희궁 자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창덕궁의 정전으로 왕의 즉위식과 결혼식, 문무백관 하례식 등이 열린 국보 제225호 인정전은 14억원 정도의 가치가 매겨졌다. 임금의 공식 집무실로 신하와 정치를 논하고 역사를 공부하던 보물 제814호 선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은 6억5,000만원으로 창덕궁 주변 북촌의 한옥 한 채 가격과 맞먹었다.

왕이 앉아 집무하던 어좌가 보존된 보물 814호 창덕궁 선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이 6억5,0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인근 한옥 한 채 값 수준이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가 갖는 역사적·상징적 가치에 비해 그 가치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 이 경우 문화재가 소실됐을 때 평가액에 따른 보험가입금액으로는 복구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2008년 방화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의 경우 재산가액에 따라 책정된 보험가입액과 수령액은 약 9,500만원에 불과했고 복원비용에는 국비 등 약 270억원이 소요됐다.

조선의 궁궐 문화재 보다 오히려 1912년 완공된 근대문화재인 사적 제291호 창원 진해우체국이 더 고가로 평가됐다. 이날 국회 교문위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보험가 현황’에 따르면 창원 진해우체국은 약 534억원이었으며 사적 443호 구 도립대구병원이 48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문화재청이 소유·관리하는 문화재 중 국유재산가액이 가장 높은 것은 전소 후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이며 254억원으로 신고됐다. 사적 284호로 근대기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옛 서울역사가 158억원으로 두 번째였다. 국보 224호 경복궁 경회루(99억원), 보물 812호 경복궁 근정전 행각(82억원), 국보 227호 종묘정전(72억원), 사적 124호 덕수 궁석조전(72억원) 등의 국유재산 신고가액 및 보험가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유재산가액 99억원의 가치를 지닌 국보 224호 경복궁 경회루. /사진제공=문화재청


보험가로 본 국보 83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의 가치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보험가로 따진 국보 78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의 가치는 약 300억원이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동산 문화재의 가치는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소장 국보·보물의 역대 보험금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전시 당시 가입한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약 500억원(5,000만달러)으로 최고가였고 닮은 꼴 불상인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300억원으로 2위였다. 보물 338호 금령총 금관(150억원), 국보 191호 황남대총 북분 금관(100억원), 국보 87호 금관총 금관 및 금제관식(1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보통 국유재산은 취득원가가 기준이 되지만 이처럼 궁궐과 왕실을 통해 확보된 문화재 등은 취득원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재산 가액과 보험가는 산정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복구비용과 매매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 국정감사 자료는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소유한 등록문화재를 대상으로 취합됐으며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는 제외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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