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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 변신한 ‘전설의 명사수’, 폭증하는 데이터 문제 ‘해결사’ 나섰다

INTERVIEW | 이은철 클러스트릭스 아시아태평양 사장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사격 선수가 있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선 ‘스포츠 영웅’으로 소개됐고, 지금도 사격 선수들의 멘토이자 롤모델로 회자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은철 클러스트릭스 아시아태평양 사장. 전설의 명사수가 글로벌 IT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데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이은철 사장을 만나 비즈니스, 그리고 그 동안의 인생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라까사호텔 1층 로비에서 만난 이은철 클러스트릭스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냈다. ‘국민학교’ 시절 체육 교과서에 등장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두 명이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쏘는 것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한 명은 ‘신궁(神弓)’으로 불렸던 전 양궁 국가대표 김수녕 선수,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이번 만남의 주인공이자 ‘명사수(名射手)’인 이은철 전 국가대표 선수였다.

한국을 상징하는 스포츠 스타이자 전설의 명사수였던 이은철 선수가 사격과 전혀 다른 글로벌 IT업체의 사장이 됐다는 얘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너무나 극적인 변신에 한 번 , 이은철 사장이 IT업계에서 보여준 성과에 또 한번 놀랐다(그리고 선수 시절보다 한층 젊어진 외모에 다시 한번놀랐다).

이은철 사장은 말한다. “결국은 노력인 것 같습니다. 제가 클러스트릭스에 스카우트돼 합류했을 때만 해도, 이 회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진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IT 회사를 운영해봤지만, 기술 트렌드가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장이 됐다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공부를 하면서 확신할 수 있었던 건, 클러스트릭스의 데이터베이스(이하 DB) 솔루션이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는 데이터 처리 문제를 100%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자신할 수 있어요.”

클러스트릭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DB솔루션 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 ‘클러스트릭스DB’는 데이터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 일종의 윤활유라 볼 수 있다. 통신, 게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대다수 IT서비스에선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 데이터가 증가할수록 서버가 받는 부하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회사들은 ‘방대한 데이터의 원활한 처리’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물론 이미 많은 IT솔루션 기업들은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해 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클러스트릭스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자는 이은철 사장에게 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우선 클러스트릭스 DB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저는 데이터베이스를 일종의 ‘엔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온라인·모바일에서 발생하고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일종의 온라인 엔진이라 볼 수 있죠. 포털 사이트, 게임사, 전자상 거래 등 많은 IT업체들은 기본적으로 DB를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증가하고 유입되는 데이터가 늘어나면 별도의 DB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게 마련이죠. 그리고 데이터 분석,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엔진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가 선보인 클러스트릭스DB는 현재 시장에 공개된 엔진 가운데 가장 탁월한 확장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별도의 재개발이나 비용 없이 필요에 따라 DB의 성능을 키우거나 줄일 수 있거든요. 이건 다른 경쟁사 제품에서 볼 수 없는 클러스트릭스DB만의 장점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데이터 처리 양과 속도를 늘리기 위해선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추가 구매해 운용해야 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비용 부담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하루 100 정도 데이터가 발생하는 A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회사가 급성장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기존 수준의 4배인 400으로 급증했다. 회사 측에선 급증한 데이터 처리를 위해 부랴부랴 데이터베이스 4대를 추가 구매했다. 데이터베이스 구매 비용과 함께 유지보수 비용이 덩달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약 3개월 후 문제가 일어났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하루 처리 데이터 양이 원래 수준인 100으로 돌아온 것이다. 막대한 금액을 주고 구입한 데이터베이스는 더 이상 가동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미 구매를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동 여부와 상관없이 유지보수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미 이용률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회사 측에선 불필요한 비용 발생이라는 이중고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가 만약 클러스트릭스DB를 구매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클러스트릭스DB 사용자는 추가로 DB를 구매할 필요 없이 ‘노드’라는 장치만 끼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가 줄어들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끼웠던 노드를 빼기만 하면 된다. 노드의 숫자에 따라 유지보수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DB에 적용한 기업은 클러스트릭스가 유일하다. 미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 AOL,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매칭닷컴 등이 이런 효율성을 인정해 현재 클러스트릭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사격 선수’ 이은철은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글로벌 IT전문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이은철 사장은 말한다. “클러스트릭스는 AOL의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입니다. 미국 내 AOL 가입자들의 원활한 인터넷 사용을 돕기 위해 DB를 개발했던 것이 시발점이 되어 지금의 클러스트릭스가 탄생했죠. 놀라운 점은 클러스트릭스 DB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이 빅데이터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0여 년 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용처가 많지 않아 초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죠. 데이터베이스 업계가 클러스트릭스DB를 일컬어 ‘시대를 앞서나간 비운의 제품’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DB분야 선두업체인 오라클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앞세워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상용화를 가능케 하는 열쇠로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주고받는 데이터의 이동 속도가 빨라져야 기술이 좀 더 고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요? 자율자동차의 경우 스스로 도로, 사고 같은 전반적인 교통상황을 감지해 주행을 하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선 방대한 교통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DB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죠. 테슬라 전기차의 경우엔 기본적인 교통상황 외에도 다른 테슬라 자동차가 제공하는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한 대의 주행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활용된다고 할 수 있죠.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DB의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클러스트릭스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도 이러한 기술적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클러스트릭스가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불과 1년 도 채 되지 않았다. 클러스트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사도 올해 상반기에 설립됐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지리적·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홍콩, 싱가포르, 일본 같은 특정 국가에 본부를 마련해왔다. 그런데 굳이 클러스트릭스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은철 사장은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해주었다.

“한국을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 시장이 일종의 ‘테스트베드’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는 클러스트릭스 합류 전에도 IT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국내 고객사들이 정말 ‘까다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요구하는 점이 많다 보니, 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죠. 클러스트릭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IT인프라와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부분은 한국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와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요. 최근 삼성이 클러스트릭스의 신규 고객이 됐다는 점입니다. 삼성은 클러스트릭스 전체 글로벌 고객사들 중에서도 톱 수준의 규모를 보유한 기업이니까요.”

클러스트릭스는 현재 고도화된 기술력, 방대한 클라이언트 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 등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시장 내에서의 인지도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아시아태평양 DB시장에선 여전히 오라클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당장의 인지도 상승과 강력한 마케팅·영업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은철 사장이 클러스트릭스에 합류한 것도 이 같은 회사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사격으로 먼저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시작해 국가대표로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많은 운동선수가 그렇듯, 해당 분야 코치나 교수로 새 삶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힘든 도전에 나섰다.

이은철 사장은 늘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달려왔다. 사격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마찬기지였다. 그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리고 마침내 1992년 그 목표를 달성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메달을 따고 나니 목표가 없어졌다. 사실 코치가 돼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사격에 대한 열정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목표를 달성했기에 사격에선 더 이룰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분야는 IT였다. 사실 그는 미국 텍사스 루스런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반 사원으로 새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어려움이 만만치 않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냈다.

그 후 빅데이터 전문업체 트레저데이터의 한국지사를 맡은 이은철 사장은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이 클러스트릭스로 오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은철 사장은 말한다. “제가 이곳에서 맡은 업무는 ‘세일즈’입니다. 클러스트릭스의 세일즈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죠. 그러기 위해선 우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고객의 어려움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공적인 세일즈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어요. 고객의 니즈가 매번 같을 순 없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선 공부하는 세일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이은철이 20대에 가졌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리고 그는 20대 정중앙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 이후의 삶을 살펴보면 아마도 그의 목표는 IT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었을 법하다. 하지만 이은철 사장은 다소 뜻밖의 말을 꺼냈다. 여전히 오래된, 어찌 보면 오랜 인생 목표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격선수를 할 때부터 제 이름을 단 자선재단을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거든요. 물론 재단 설립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자금 문제가 크겠죠. 어쩌면 저는 자선재단 운영이라는 인생 목표를 위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문성을 살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게 다소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라도 말이죠(웃음).”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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