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중소기업들이 562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리는 동안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의 과징금 부과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격 요건이 안되는 대기업 관계사에 중소기업 확인서를 무더기로 발급해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입찰 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분쟁시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된 기술분쟁조정 성립건수도 전혀 없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소기업을 앞장서 보호해야 할 중기부가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중기부의 국정감사가 열린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중기 보호 대책만 만들어 놓고 정작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중기부를 강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위장중소기업의 납품 규모는 562억원에 달하지만 벌금은 0.04%인 2,400만원, 과징금은 0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기부는 위장 중소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이를 실행한 적이 없는 것이다. 검찰 역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참여 자격이 아닌데도 입찰한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30% 이내에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지난 3년동안 0.04%만 매겼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에서는 위장 기업을 단속하거나 적발한 순 있지만 처벌 권한이 없어 위장 기업을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정 의원실의 관계자는 “중기부가 검찰에 고발할 때 관련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제공하느냐가 처벌 수위를 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중기부가 처벌 권한만 얘기할 게 아니라 스스로 중소기업들을 좀먹는 위장 중소기업 근절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엉터리 중소기업확인을 남발한 것도 확인됐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중기부의 ‘묻지마’ 식 중소기업확인서 발급으로 대기업 관계사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해 464억원을 편취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중기부와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6년 경쟁입찰용 중소기업확인서 부정발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제’ 참여를 위해 중소기업 확인서를 부정발급 받은 대기업 관계사는 92곳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4곳은 957회에 걸쳐 경쟁입찰에 참여해 총 464억500만원(93건)어치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도입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제도는 위장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해 대기업과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입찰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위장 중기를 걸러내기 위해 중기부는 입찰참가자격을 증명하는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선량한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중소기업확인서 발급을 위한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중소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은 ‘0건’인 기술분쟁조정제도 조정에서도 드러난다. 김수민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9월까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분쟁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24건이지만 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기부는 기술 분쟁 발생 시 법원의 재판을 수행하기 위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김 의원은 “소송비용이 부담돼 중기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조정위에서는 대기업이 결정에 거부하면 피해기업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집행력이 있는 시정명령을 도입하는 등 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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