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혈액을 수혈받을 경우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메디컬센터의 루테르 미델뷔르흐 박사 연구팀은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혈액을 수혈받는 남성은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다른 남성에게 수혈받았을 때보다 사망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7일 전했다.
미델뷔르흐 박사는 2005~2015년 사이 환자 3만 1,118명이 △남성 △임신 경험 없는 여성 △임신 경험 있는 여성에게 받은 수혈 5만 9,320건에 관한 조사 자료와 수혈 환자 사망률을 분석했다.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혈액을 한 차례 수혈받은 남성은 3년 내 사망률이 17%였다.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 혈액을 받은 남성과 다른 남성에게 받은 남성 사망률이 각각 13.1%와 13.5%로 나온 것에 비해 평균 13% 높게 나타났다.
수혈 후 사망 위험 증가는 18~50세 이하 남성에게만 발견됐다. 50세 이상 남성이나 여성은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임신한 경험이 있는 여성 혈액 수혈과 남성 사망률 사이 연관성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혈액센터들은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헌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급성 폐 손상(TRALI: transfusion-related acute lung injury) 때문이다. 보통 수혈 후 6시간 이내에 발생하며 환자는 5~25%가 사망한다. 원인은 임신 여성이 태아 혈액에 노출됐을 때 모체에 형성되는 항체 때문으로 알려졌다. 항체 반감기가 단지 몇 주에 머물기 때문에 몇 년 후 사망 위험 증가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미국 혈액센터 의료실장 루이스 캐츠 박사 설명이다.
미델뷔르흐 박사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임신 여성은 9개월 임신 기간 동안 외부 물질을 견뎌야 해서 면역체계에 영구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이 되려면 많은 면역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면역 억제 중 일부는 임신이 끝난 후에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캐츠 박사와 미국 적십자사 매리 오닐 박사는 연구결과가 후속 연구로 확인이 필요하므로 당장은 표준 헌혈지침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10월 17일 자)에 실렸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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