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매일 11곳 이상의 화장품 판매업장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화장품 판매업 등록보다 폐업신고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판매채널 숫자가 줄어들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에 따른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화장품 유통시장의 포화단계 진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에 의뢰해 국내 화장품 업종 가맹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8월말 현재 화장품업종 가맹점 숫자는 8만5,738개로 전년말 8만8,422개에 비해 2,684개 줄었다. 8월까지 일수가 243일인 점을 감안하면 매일 같이 11개 이상의 화장품 판매점이 폐업한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카드가맹점 숫자가 늘어난 것에 비춰볼 때 화장품 판매업의 침체현상은 두드러진다. 8월말 현재 전체 카드가맹점 숫자는 238만2,475개로 전년말 232만5,657개에 비해 5만6,818곳이 늘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은 전업을 했거나 폐업을 한 경우인데 비율로 보면 폐업이 월등히 높다”라며 “특히 서울이나 부산, 경기 등 화장품 판매업종이 밀집된 지역에서 폐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사드 여파에 따라 국내로 들어와 화장품을 주로 소비했던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K-뷰티 열풍을 노리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화장품 판매점의 구조조정 진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동안 화장품업종 가맹점 숫자는 매년 빠르게 늘어왔다.
특히 ‘K-뷰티’ 열풍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2015년 한해에만 5,646개의 신규 화장품 판매점이 개설됐다. 매일 15.4개의 신규 화장품가맹점이 생겨난 것인데 서울 주요 상권의 경우 ‘한집 걸러 화장품 가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화장품 판매시장 분위기는 싹 바뀌었다. 중국인 거리로 취급 받던 서울 명동이나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에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점포정리 간판을 내건 매장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또 종로, 강남역, 대학로, 홍대 등 내국인 밀집지역에서도 업종전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계에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매 판매장 외에도 화장품을 외주생산해 중국시장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전력했던 화장품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곳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제조기술은 없고 비용구조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중국시장이 막히면 전체 사업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주요 면세점에서 유커만을 타깃으로 장사하던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이 80% 이상 빠진 곳도 많다”며 “K-뷰티가 뜬다고 하니 ‘떳다방’식으로 생겨났던 화장품 업체들은 사드 변수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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