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그러하듯 기업 역시 굴곡을 겪기 마련이다. 오르막 끝에 내리막이 있고,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분명 준비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공정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온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처럼 말이다.
기술혁신의 과정은 언제나 그러하듯 필요에 의해서 비롯된다. 시장의 요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면 기존 방식은 도태되고 또 다시 이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은 시작된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혁신일지라도 시장의 선택을 얻지 못한 기술은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 혁신의 출발점이 시장의 요구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작은 불만에 귀 기울이며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킨 금강칠판교구산업처럼 말이다. 20여 년간 칠판제조 한길만을 걸어온 이 회사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범람으로 위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제3공장까지 증축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칠판제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이어온 덕분이다.
경쟁업체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중간공정을 외주화하는 동안 수익성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직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공정을 직접 운영했다. 또 작업효율이 월등히 뛰어난 목공용 타카 대신 피스 작업만을 고집하고 있다. 날카로운 침에 상처를 입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흘려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화된 프레임 대신 규격별로 최적화된 프레임을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구분하기 힘들지만 오랜 시간 칠판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명확히 그 차이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20여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게 된 배경도 결국은 소통에서 비롯됐다. 소비자들의 작은 불만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것이다.
산업용 컨베이어 시스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성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성엔지니어링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기존의 기술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설계회사가 직접 설비를 제조하는 회사로 변신하게 된 배경이다.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고심들이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졌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획에서 설계, 시공, 시운전까지 고객사의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셈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