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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를 격퇴하라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버의 스캔들과 실책으로 차량 공유 시장 경쟁업체 리프트 Lyft 에 우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분홍색 콧수염 *역주: 리프트의 로고 을 가진 이 스타트업은 무인차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선두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동화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알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거만한 토끼가 앞서나가고, 경쟁 상대인 거북이는 토끼가 지나간 자리에서 먼지 더미와 토끼의 독설을 뒤집어쓴 채 뒤처진다. 토끼는 자신감에 넘쳐 결승선을 앞두고 낮잠을 자고, 꾸준하게 느릿느릿 뒤쫓아 오던 거북이가 승리의 영광을 챙긴다.

이제 이 우화에 몇 가지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보자. 여기서 토끼는 차량 공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신만만한 선두주자 우버다. 그러나 임원진 해고, 조직적인 성차별, 특허 침해 혐의 등 논란 탓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만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누굴까? 바로 리프트다. 이 경쟁업체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다고 할 순 없지만, 우버에 비해 허세가 덜하고 좀 더 신중한 편이다.

현재 그 토끼, 그러니까우버는 여전히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 같은 결말은 몇 년 후에나 가능할 듯하다. 그럼에도 양강 체제인 차량 공유 시장에서 1위에 한참 뒤처

진 만년 2등 리프트가 라이벌을 제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바로 지금이다.

올해 불거진 우버의 헛발질은 스펙터클한 일련의 열차 사고 같았다. 성차별적 근무환경에 대한 전직 엔지니어의 폭로에서부터 웨이모 Waymo가 지적재산권 침해 이유로 제기한 소송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웨이모는 구글 모 기업 알파벳 Alphabet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이다). 한바탕 소동은 6월 말 우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 트래비스 캘러닉 Travis Kalanick의 충격적인 사임으로 막을 내렸다(그는 이사진에 계속 남아있고, 7월 중순까지 우버의 CEO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이런 상황들은 모두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우버는 일련의 보도를 통해 직원과 고객들에게 무자비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는 회사로 묘사됐다.

우버의 휘몰아치는 스캔들은 오히려 거북이에겐 순풍으로 작용했다. 신용카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추적하는 TXN 솔루션스 TXN Solutions에 따르면, 2015년 6월 이후 미국 차량호출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버의 점유율은 90%에서 75%로 감소했다. 가장 크게 하락세가 나타난 때는 1월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여행금지명령 *역주: 이슬람권 7개국 출신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에 반대하며 뉴욕 택시 기사들이 영업을 중단한 직후, 우버는 수요 증가를 명분으로 뉴욕 차량 이용료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월에만 4% 포인트 하락했다(리프트의 대응은 어땠을까? 창업자들이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리프트의 시장 점유율은 2월 이후 21%에서 25%로 상승했다.

언더독 underdog *역주: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의 성장과 우버의 하락세는 실리콘밸리 안팎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선두주자 우버에게 현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IT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우버 아니면 리프트에 투자했다(누가 어느 편에 투자했는지는 박스기사 참조). 우버는 주식 발행과 벤처 캐피털 회사 70여 곳, 그리고 사모 펀드, 큰손 개인투자자를 통해 140억 달러를 조달했다. 덕분에 IT 신생기업 역대 최고인 690억 달러 가치를 인정 받았다. 리프트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회사는 ‘명사인명록(who’s who)’에 등재된 (우버만큼이나 인상 깊은) 투자자들을 통해 26억 달러를 조달했다. 거기에는 5월 펀딩 라운드 *역주: 특정 기간 동안 비슷한 주기로 1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 를 통해 유치한 6억 달러도 포함되어 있는데, 당시 75억 달러 회사 가치를 인정 받았다.

양측 투자자 모두 즉각적인 수익에 목말라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들로 인해, 우버의 결승점이 더욱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RBC 캐피털마켓 RB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마크 머해니 Mark Mahaney는 “우버가 이정도로 길을 잃을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계획했던 IPO 일정을 상황에 맞게 실질적으로 미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우버 사태가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미래 투자자들과 기업 파트너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회사 임원은 “문제 하나만 더 터지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사내 논의를 거친 결과, 우버가 2020년 이후엔 주류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자 확보 자체가 회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자차 보유’에서 ‘차량 공유’로의 전환은 이미 자동차업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사업모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누가 됐든 차량 공유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기업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한 훨씬 더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진전과 경제성, 안전 및 환경에 대한 우려들 때문에 무인차를 주류 대열에 합류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더 많은 대중들에게 무인차가 보급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버와 리프트 중 경쟁의 승자는 ▲도시 ▲교통 정책 ▲심지어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재정립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진정으로 거대한 소비자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다.

리프트와 우버는 모두 무인차 부분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진 우버가 고유 기술 개발, 타 기업과의 파트너십, 무인차 시범운영 등에서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 리프트는 이제 막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초 제너럴 모터스와 첫 무인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분리된 기술기업 누토노미 NuTonomy와 또 다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두 회사와의 시범 프로그램은 올해와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다름 아닌 웨이모와도 손을 잡았다(우버는 웨이모의 제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웨이모의 CEO 존 크래프칙 John Krafcik은 “일사천리로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프트는 올 여름 무인차의 미래를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발전모델도 발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일련의 기술 개발에 관한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제조업체는 생산한 차량을 무인차로 전환할 수 있고, 리프트의 고객 네트워크와도 쉽게 통합할 수 있다. 리프트는 이 같은 신기술을 앞세워 잠재 파트너들에게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이 사업에) 올인했다. 당신에게도 쉽게 승리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우버 역시 자율 주행이 핵심 과제라는 것을 빠르게 인지했다(이 회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위에서 언급한 기술의 상당 부분을 개발해왔다). 또한 최근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대변인은 포춘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최고의 혁신 제품을 내놓기 위해 자중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우버는 자사 임원과의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다).


교통정체의 해결사 : 리프트의 CEO 로건 그린은 LA의 악명 높은 고속도로를 지켜보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 시절부터 도로 위 자동차를 사라지게 하는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우버를 뛰어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리프트는 무인주행기술을 앞세워 수익성 확보는 물론, 우버와 동급 또는 더 나은 위치로도 올라갈 수 있다(리프트는 2016년 매출 7억 달러에 손실 6억 달러, 우버는 매출 65억 달러에 손실 28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두 업계 거물들에겐 무인차의 미래에서 공존할 여지가 있을까?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치열한 경주의 승자는 우쭐한 기분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리프트의 CEO 로건 그린 Logan Green과 사장 존 짐머 John Zimmer는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진 그린은 리프트의 상품과 엔지니어들을 관리하고, 좀 더 활발한 성향을 가진 짐머는 회사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짐머는 마케팅과 대관업무를 보는 부서도 총괄한다). 리프트의 고객경험담당 부사장 메리 윈필드 Mary Winfield는 “두 사람은 마치 두뇌와 심장 같다”고 표현했다.

필자는 올 한 여름 오후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이 회사를 방문했다. 그린과 짐머는 샌프란시스코 수변공원 근처 리프트 본사 회의실에서 필자와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필자에게 분리될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그들은 UC 버클리 근처 두 블록 떨어진 거리에 거주하며, 거의 매일 카풀로 출퇴근을 함께 하고 있다(최근에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뮤지컬 코미디 영화 피치 퍼펙트 Pitch Perfect를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둘 모두 서른 셋 동갑이고 어린 자녀를 둔 기혼남성이다. 고향은 동부 해안, 서부 해안으로 정반대지만 오랜 동안 같은 삶의 궤적을 밟아왔다.

그린은 늘 고속도로가 정체상태인 LA에서 성장했다. 그는 “꽉 막힌 도로 근처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거의 모든 차에 한 사람만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유년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이 현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는 산타 바버라 근처 대학교 캠퍼스에서 집카 Zipcar *역주: 미국의 회원제 차량 공유 서비스 처럼 시간 단위로 차량을 렌트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재학 시절 그린과 그의 친구는 짐바브웨 여행을 하다 또 다른 영감을 얻기도 했다. 다수의 미니버스를 활용하는 콤비스 Kombis 사업이었다. 콤비스는 짐바브웨의 비공식 ‘차량 호출’ 네트워크 중 일부였다. 귀국 후 그는 하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카풀 중개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짐머는 뉴욕 토박이로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녹색도시(Green Cities)라는 강의를 들었을 때, 교통 기반시설에 대해 구상한 내용과 호텔경영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접목해보았다. ‘객실 이용률과 훌륭한 서비스 같은 호텔업계의 효율성을 살려 교통 전략을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짐머는 미국 내 차량은 전체 시간 중 평균 4% 정도만 사용되며, 대부분이 1인 차량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이에 대해 “높은 비용을 내면서도 매우 나쁜 이용률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뭔가 개선된 ‘도로 위의 호텔’을 만들고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짐머는 대학 졸업 후 리먼 브라더스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그 때부터 자신의 아이디어에 필요한 마케팅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함께 아는 친구’ 페이지에서 로건 그린이라는 남성이 올린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짐머는 로건이 올린 ‘제가 만든 웹사이트 짐라이드닷컴 Zimride.com을 방문해보세요’라는 포스팅을 회상하며 “‘짐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쓰게 된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짐라이드닷컴의 ‘짐’은 로건이 짐바브웨의 맨 앞 글자에서 따온 이름이었고, 짐라이드는 그린이 운영하는 카풀 사업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직접 만나 공통적으로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 유대감을 쌓아나갔다. 두 사람은 2008년 가을 리먼 붕괴 사태가 일어나기 약 한 달 전,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겨 짐라이드 사업에 매진했다. 그들은 입소문을 내기 위해 때론 개구리나 비버 분장을 하고,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홍보를 했다. 그 게릴라 홍보는 효과가 있었다. 150명 이상의 고객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하지만 대학생 위주의 장거리 여행에만 집중하는 건 스타트업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한계가 있었다. 사내 해커톤 hackathon *역주: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연관 작업 군의 사람들이 함께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것을 통해, 두 사람은 기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큰 사업을 생각해냈다. 카풀을 활용한 도심 내 단거리 주행 서비스 리프트였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 수와 빈도 수가 훨씬 많은 단거리 여행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차량운행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었다.

2012년 둘은 짐라이드를 미공개 가격에 엔터프라이즈 홀딩스 Enterprise Holdings에 매각했다. 이들은 5년 간 함께 일한 뒤 리프트 쪽으로 완전히 관심을 전환했다.

당시 우버는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되는 시점이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우버는 아니었다). 우버의 원래 목표는 승객들을 ‘고급 블랙 세단’과 이어주는 것이었다. 리프트의 철학이 짐라이드의 ‘공동체 이상주의(communal idealism)’와 맞닿아 있었다면, 우버의 철학은 ‘기술을 활용한 자유주의(tech-bro libertarian)’에 가까웠다: 기술을 활용해 교통을 최적화하는 건 거리에 차들이 줄어들어 좋은 것이 아니다. 대중들이 경험하는 현 상황이 너무나 형편없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우버 고객들은 직업 운전기사가 모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자동차의 뒷좌석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리프트는 애초부터 운전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차량(고급 차가 됐든 폐차 수준의 차가 됐든)을 활용했다. 리프트는 앞 좌석에 타서 운전자와 주먹인사(fist bump)를 나누도록 승객들을 유도했다. 차량 소유주에겐 범퍼에 부착할 수 있는 분홍색의 곱슬곱슬한 콧수염 장식을 나눠줬다(지난해 리프트는 이 우스꽝스런 장식품을 계기판에 부착할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LED 기기로 대체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원했던 건 차량 공유였다. 리프트는 2012년 사업을 시작했고, 우버는 그 바로 직후 자신들만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발표했다.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곧바로 우버의 주력 서비스가 됐다. 리프트의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 경쟁구도는 그 동안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우버는 뛰어난 연결성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러 도시와 국가에서 공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회사가 선택한 전략은 ‘재빨리 움직일 것, 사과는 나중에(move fast, apologize later)’ 였다. 그 결과 차량 공유의 대명사가 리프트가 아닌 우버가 되었다(’곧 우버할께‘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우버는 전 세계 600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해있는 반면, 리프트 서비스는 350개 도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마저도 미국 내에 한정되어 있다. 리프트는 사업 시작 후 총 4억 건의 서비스를 제공한 반면, 우버는 같은 기간 50억 건을 서비스했다.

물론 선두를 탈환한 2인자들의 사례는 많다(관련 기사 참조). 우버 관련 추문이 한창 제기된 올해 훨씬 이전부터 대중의 정서는 리프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우버는 신규 시장에 진출하면서 ‘초토화 전술’을 사용했다. 지역 정부를 협업 대상이나 허가 주체가 아닌 일종의 걸림돌로 보았다. 이런 접근방식 때문에 우버 변호사들은 고수익을 올렸고, 분노한 사회운동가와 신문 기자들도 그만큼 할 일이 많아졌다. ‘우버 제국’이 77개 국가로 확장되면서, 매출과 기회의 폭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그만큼 세간의 주목을 끄는 갈등과 사업상 실패에 스스로가 많이 노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우버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더 큰 규모의 강력한 경쟁업체에 합병돼 해당 시장 진출을 사실상 포기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 결과 리프트는 야심 차게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리프트는 우버가 신시장에서 규제 장벽에 맞서 싸우게 한 뒤, 손 안대고 코 풀 듯 손쉽게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최근 온라인 미디어 복스 Vox는 이 같은 행태를 ‘바보같은 콧수염과 친근한 홍보활동’이라 꼬집기도 했다. 리프트의 대관 담당 부사장 조 오크파쿠 Joe Okpaku는 “그런 비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부 시장은 우버가, 일부는 우리가 처음 진출한 곳”이라고 반박했다).

리프트가 우버의 덕을 봤든 그렇지 않든, 분명한 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건수(70만 명의 기사 포함)가 우버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리프트도 기사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그들은 독립 계약자가 아닌 직원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리프트 기사가 우버 기사에 비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버 CEO 캘러닉의 기사 질책 장면이 포착된 비디오가 퍼지는 동안, 리프트는 주먹인사 문화를 통해 고객들이 운전자를 기사라기보단 동료로 바라보게 하는 인식-동네북이 결코 아니다-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켰다. 주목할 점은 리프트 운전자들이 우버 기사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다. 리프트는 창업 당시부터 팁을 ‘인-앱’ inapp *역주: 앱에서 실제 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불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반면 우버는 올 여름이 돼서야 팁 결제 기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리프트의 독특한 회사 대 운전자 관계는 어느 무더운 여름 오후 피닉스에 위치한 회사의 새 ‘운전자용 공간(driver hub)’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독특한 직원용 라운지 같은 공간을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 그대로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리프트의 시도 자체는 인정해줄 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 문을 연 이 공간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사들을 위해 조성된 만남의 장소다. 내부는 ‘당신이 바로 주인이다’, ‘도로는 무한한 기회의 통로다’ 같은 표어를 담고 있는 포스터들로 꾸며져 있다. 접시에는 쿠키가 놓여있고, 자홍색 캔디들도 병에 담겨 있다. 나란히 정렬된 ‘리프트와 운전하기’ 모임용 의자들도 분홍색을 띄고 자리를 잡고 있다.

오후 5시 직전이면 기사들이 어슬렁거리며 이곳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도 있고 젊은이들도 보인다. 흰 머리, 초록 염색머리, 빡빡머리 등 헤어스타일도 다양하다. 최근에 피닉스로 이사를 왔다는 한 여성운전자는 템피 Tempe가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손님들을 태워다 줘야 할지 묻기도 했다.

리프트는 피닉스에만 3만명이 넘는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날 밤 약 50명이 리프트의 운전자용 앱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전직 운전자 출신으로 현재 리프트에 재직 중인 스테퍼니 레이널즈 Stephanie Reynolds는 분홍색 안경을 쓰고 비슷한 색의 노트북을 켠 채,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었다: 만약 승객이 차 안에서 토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사진을 찍어 리프트에 보낼것), 승객이 장애인 보조 동물이 아닌 동물을 데리고 탄다면?(레이널즈는 “쿠조 Cujo *역주: 영화 쿠조에 등장하는 광견병에 걸린 개 처럼 생기지만 않았다면, 굳이 거절하진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호텔식 서비스 제공 : 리프트의 사장 존 짐머는 자동차도 호텔방처럼 계속 이용해야 더 잘 작동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기사가 좀 더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운전자로서 우버 대신 리프트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레이널즈는 즉각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버에 대해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리프트가 지향하는 가치 때문에 이 회사가 좋습니다.”

리프트가 기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한, 회사의 정체성은 조만간 흔들릴 수도 있다. 소비자 대출 스타트업 어니스트 Earnest에 따르면, 리프트와 우버 운전자 중 대부분은 시간제 근무 중이며, 월평균 수입은 각각 377달러(리프트), 364달러(우버)에 불과하다. 하지만 더 값싼 기사가 있다. 바로 로봇이다.

주행 1건 당 결제금액 중 우버는 75%, 리프트는 80%를 기사에게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차에는 따로 들어가는 수수료가 없고, 거의 항상 이용할 수도 있다. 양사는 무수히 많은 압박에 떠밀려 현재 무인차로 방향을 틀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수익 창출이란 측면이 많은 작용을 하고 있다.

우버는 우버답게 이런 현실을 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였다. 2015년 회사는 카네기 멜런 Carnegie Mellon 대학교 로봇학과와 연구 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논란이 될만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로봇학과 선임 연구진 40명을 스카우트해 피츠버그에 첨단기술센터(Advanced Technologies Center)를 차린 것이다. 우버는 연구진과의 단순한 협업을 넘어, 카메라와 센서부터 소프트웨어, 맵핑 mapping *역주: 한 좌표 계에서 다른 좌표 계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행위까지 독자 기술로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우버는 또 한번의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자율 주행트럭 스타트업 오토 Otto를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인수는 결과적으로 우버의 계획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토의 공통창업자이자 전 웨이모 엔지니어였던 앤서니 레반도우스키 Anthony Levandowski는 현재 떠들썩한 소송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웨이모는 레반도우스키가 지적재산권 자료를 훔쳐 우버에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우버의 무인차 연구를 담당했기에 상당히 이목을 끄는 주장이다. 레반도우스키는 사전 심리절차 내내 변호사를 통해 수정헌법 제5조(불리한 진술을 강요 받지 않을 권리)를 내세우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버는 지난 5월 레반도우스키가 수사관들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예상대로 이런 한바탕 소동은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직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버 대변인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이직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이동 수준은 아니다. 자동차업체 파트너인 볼보 Volvo, 다임러 Daimler와 진행한 시범 프로그램은 해당 소송 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프트는 우버와는 대조적으로 자율차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우버가 피츠버그에 첫 발을 내디딘 지 거의 1년이 돼서야 GM과 첫 무인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리프트의 투자자이자 이사를 맡고 있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벤 호로비츠 Ben Horowitz는 “늦게 출발한 것이 회사에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후발주자라는 이점을 살려 빠른 기술 발전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특히 무인차의 자율주행을 도울 수 있는 머신 러닝과 라이다 LiDAR *역주: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센서 기술을 지목했다.

리프트는 무인차가 불러올 기회를 포착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움직여야 할 필요성도 간파했다. 이를 위해 킬러앱 killer app *역주: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앱이나 서비스를 겨냥하는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리프트의 차량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통합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 회사의 파트너십 작업은 대부분 타사 기술을 리프트의 운전자 네트워크와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미래 자동차의 내부 장기와 두뇌(얼굴, 즉 인터페이스)를 개발·공급하는 야심찬 계획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물만 제외하고 자율주행차의 모든 것이 한 박스에 담기는 개념이다.

리프트의 상품 디렉터 타카트 매티센 Taggart Matthiesen은 “리프트는 차를 제작해 본적도 없고 제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리프트는 자율주행과 연관있는 다른 모든 영역을 모색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제안이 파트너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길 희망하고 있다: ‘리프트는 운전자와 승객용 맵핑 소프트웨어, 물리적 인터페이스, 또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타 주요 요소를 제공한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생산기반 시스템을 자체 구축할 필요가 없다.’

리프트는 이런 기술 개발이 정확히 언제쯤 가능할지, 구성요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선 아직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가 논의 중인 내용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분홍색 콧수염의 기술버전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이 인터페이스는 ‘로봇이 운전해주는’ 경험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승객에게 자동차 센서가 무엇을 ‘보고’ 있고, 어떻게 ‘생각’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에는 자동차 카메라에 담긴 실시간 장면을 보여주는 화면도 있다. 여기에 자동차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음성 기능이 포함될 것이다(차분한 구어체 말투로 ‘여기 자전거가 보여요’라고 말하는 음성을 떠올려 보라). 여기서도 잘 드러나듯 리프트는 차를 인간화함으로써, 승객이 자동차의 생각을 정확히 간파하길 희망하고 있다.

리프트 경영진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우버를 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양사는 신뢰도 면에서도 비슷하고 고객에게 청구하는 금액도 동일하다. 리프트의 짐머 사장은 “따라서 이제는 브랜드와 경험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이렇다: 뉴욕의 한 길가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 정확히 같은 거리에 위치해 있고, 가격도 동일한 호텔 2곳이 있다. 어떤 호텔을 선택하겠는가? 아마 당신에게 주먹인사를 건네는 쪽이 아닐까? 리프트의 확신이 맞다면, 무인차 호출을 시도하는 고객들은 센서나 소프트웨어를 누가 만들었는지보단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찾는데 관심을 더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신뢰감 덕분에 리프트는 더 많은 자동차업체 파트너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프트 기사들의 열정은 다소 식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 부문이 발전할수록, 리프트가 착한 회사가 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무인차 기술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연간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많은 기사들은 무인차 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비록 복지혜택도 없는 부업이지만, 많은 이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프트 창업자들은 당분간 운전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자율주행으로 모든 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량공유 산업이 2030년까지 8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운전자 수요는 계속 대폭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혹시라도 운전자 수요가 줄어든다면 그 때는 언제일까? 이런 가능성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리프트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드러냈다. 짐머는 “자율주행차가 ‘바퀴 달린 방’이 될 것”이라며 호텔리어다운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서비스를 제공해 줄 호스트가 필요할 것”이라며 “자동차가 바퀴 달린 영화관, 사무실, 스타벅스가 될 수 있다면? 승객들은 이런 서비스에 웃돈을 지불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초기형 자율주행 시범 프로젝트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들은 정해진 시험 구간에 한해 운행되고 있다. 또한 규제당국은 인간 운전자의 탑승을 의무화해 문제가 생겼을 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대중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완전 자율주행차의 사용이 널리 보편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프트와 우버에게 이 같은 진화는 거대한 전환점이다. 우버의 전 CEO 캘러닉이 “자율주행으로의 이행은 회사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유명한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발언은 그가 좀 더 심각한 ’존재론적 딜레마(회사 명성을 살려내는 것)‘에 직면하기 전인 지난해 한 말이다.

그러나 리프트의 과제는 다소 결이 다르다. 오랜 시간 언더독이었던 회사는 다른 2인자들이 수 년 간 사용했던 전략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선한 이미지의 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프트가 우버처럼 과거보다 빠른 성장세에만 의존한다면, 그 후광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리프트의 이상주의자 2인방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있다. 짐머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과 우리의 미션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세상에선,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이야기가 전혀 터무니없는 우화는 아닌 듯싶다.



■ 투자자들
우버는 140억 달러, 리프트는 26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각 회사의 투자자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 기관 투자, 투자업계 유명 큰손 투자자 등 보기 드문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사의 대표적인 투자자들을 살펴보자.

▶ 리프트




1. 실리콘밸리 투자자. 벤 호로비츠/벤처캐피털사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공동 창립자이자 리프트 이사




2. 기업. 제너럴 모터스는 쉐보레 볼트 전기차의 자율주행을 위해 리프트와 손을 잡았다.




3. 신흥시장 자금. 리프트는 현재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거물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리프트에 투자해왔다.




4. 뜻밖의 유명인사들. 록밴드 린킨 파크의 리드 싱어 체스터 베닝턴은 벤처 캐피털업체 머신 숍 벤처스를 통해 리프트에 투자했다.




5. 기업사냥꾼. 칼 아이컨이 이끄는 아이컨 엔터프라이즈도 2015년 3월부터 리프트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우버




1. 실리콘밸리 투자자. 벤치마크 캐피털의 무한책임 파트너 매트 콜러는 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사임 이후 이사진에 합류했다.




2.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액셀러레이터-시장에서 자리 잡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부-가 2015년부터 우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3. 신흥시장 자금. 인도 거대그룹의 자회사 타타 캐피털이 사내 사모펀드 사업부를 통해 우버에 투자했다.




4. 뜻밖의 유명인사. 래퍼이자 음반 사업가인 제이 지가 엔젤 투자자로 2011년 우버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주식 가치가 200배 올랐다.




5. 월가의 ‘흡혈오징어(VAMPIRE SQUID)’. 우버가 2015년 골드만삭스를 통한 전환사채로 16억 달러를 조달했다(아래 사진은 골드만삭스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 2등이 승리하는 방법
어느 업계든 압도적 1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2등 기업이 장기간 라이벌로 살아남으려면, 또는 미래의 1등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 역사가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 Matt Heimer

스스로를 언더독이라 선언하라 ▶
스스로를 1등을 뒤쫓으며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기업으로 홍보하는 건 고전적인 기법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거대 렌터카 업체 애비스 Avis다. 이 회사는 1960년대에 라이벌 허츠 Hertz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2등이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광고 문구 덕분이었다. 유사한 사례로는 애플의 유명한 ‘1984’ 광고가 있다. 이 광고는 IBM 컴퓨터들이 온통 회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공간에서 다채로운 색감의 혁명적 반란을 드러냈다.

당신만의 틈새시장을 찾아라 ▶ 1등이 하고 있지 않거나, 집중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 제대로 사업을 펼쳐라. 1950년대 버거킹은 맥도널드의 초저가 햄버거와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와퍼 Whopper를 출시했다. 와퍼는 당시 맥도널드 버거들에 비해 훨씬 큰 사이즈였다. 이후 버거킹은 맥도널드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좀 더 최근 사례를 들어보자. 아디다스는 운동화 ‘슈퍼스타 Superstar’ 라인업으로 2016년 전미 판매 1위 운동화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아디다스는 슈퍼스타를 앞세워 시장 내 독보적 강자 나이키가 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복고풍 캐주얼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후발주자(late mover)’의 이점을 활용하라 ▶ 업계 1등이 무언가를 개척하면, 2등 주자는 이를 모방해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차별성을 추가해 효과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삼성이 애플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고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 스타벅스가 프라프치노 Frappuccino의 사업성을 입증하자 던킨도너츠가 유사한 음료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른 분야에서 경쟁하라 ▶ 한 세기가 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펩시는 전 세계 청량음료 판매 1위인 코카콜라를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탄산음료 소비가 감소하자 펩시는 다른 분야로 재빨리 눈을 돌렸다(코카콜라도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코카콜라가 자사의 전설적인 소다 브랜드의 아성을 방어하기 위해 펩시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MICHAL LEV-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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