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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 맞는 이색경험 만들어드려요"

강남·신촌·종로 등 취업학원가

면접용 포트폴리오 제작부터

대기업 제조공장 등 견학까지

강사 허위경력 등 자질 논란도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취준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서울경제DB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최근 한 취업학원 강사의 소개로 대기업 A사의 제조공장을 다녀왔다. A사 취업을 위해 현장 분위기를 접하고 자기소개서에 느낀 점을 넣기 위해서다. 이씨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벌·영어점수 등 스펙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자기소개서와 면접 전형에 대비해 회사에 대한 관심과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으로 퍼지는 조짐이 보이면서 취업을 위한 이색 경험을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학원이 늘고 있다.

24일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신촌·종로 지역 취업학원들은 현직자(현직 직원) 강의 및 미팅, 주요 기업 생산공장 방문, 면접용 포트폴리오 제작, 자소서 및 스피치 특강 등 다양한 취업강좌를 열고 있다. B학원 관계자는 “회사 관심 사안 등을 조금이라도 알려주면 면접에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지원자로 여겨질 수 있어 현직자 소개에 대한 수강생의 요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경력이 오래된 일부 강사들은 대기업 그룹에 합격한 수강생 인맥을 활용해 취준생들에게 공장 견학 등을 주선해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기업체 직원이 직접 주말과 추석 연휴 등을 활용해 취업특강에 뛰어들기도 한다. 일부 대형 취업학원에서는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국내외 유명 대기업 인사팀 직원의 자기소개서 특강 등을 열고 있다. 취준생 유승현씨는 “기존 취업 강사들이 대기업 인사팀 경력을 내세우지만 대부분 수년 전에 퇴직한 터라 최신 동향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어차피 강의 내용이 비슷비슷해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채워넣을 최신정보라도 얻자는 생각으로 현직자 강의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취업강의 붐이 일면서 디자인 등 다른 업종 학원에서도 취준생을 겨냥한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취준생 김모(28)씨는 “예전이라면 토익 학원에 다녔겠지만 이제는 디자인클래스(일러스트)와 포토샵 강의를 듣는 취준생이 제법 많다”며 “강사들이 자기소개용 PT 나 마케팅 직군 제출용 포트리오 제작을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색 강의 프로그램이 등장한 배경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많아지면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정성적 평가요소가 중요해졌다는 점이 작용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공기업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이색 강의가 ‘외화내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취업학원 관계자는 “일부 강사들은 ‘재직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학생들에게 홍보해놓고 막상 요청이 들어오면 ‘아는 사람이 없다’고 발뺌하기도 한다”며 “과거 대기업 재직 경력을 허위로 내세워 자질 논란이 일어나는 강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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