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디스플레이·센서 등에 사용되는 다층막 나노구조의 내부를 세계 최고 수준인 1㎚(나노미터)급 이하의 정밀도로 3차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추가 공정 없이도 생산과 검사 라인을 일원화할 수 있게 돼 생산성 증대, 품질 향상, 원가 절감 등의 제조 혁신이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상열) 첨단측정장비연구소 김영식 박사 연구팀은 우주용 광학기술을 융합해 다층막 나노소자의 구조를 측정하는 단층촬영(Tomography)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이 그동안 다층막 측정의 난제로 남아 있던 ‘직접적인 비파괴 측정’을 실현해 나노구조의 완벽한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나노기술의 핵심은 정해진 2차원 면적에 최대한 많은 소자를 배치하는 것인데 제한된 공간에 박막 층을 겹겹이 쌓는 3차원 다층막 구조가 개발돼 초고속화·대용량화가 가능해졌다. 다층막 나노소자는 반도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센서, 태양광 전지 등 고도의 성능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분야 전반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광학단층촬영 기술은 겹겹이 쌓인 물질마다 빛의 간섭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분광 분석기술과 편광·반사율 측정기술 등을 융합해 다층막 나노구조를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구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나노구조에 어떠한 손상도 주지 않고 현미경처럼 층별 두께와 표면의 형상까지 측정할 수 있다. 현 공정으로는 측정을 위해 타원계측법을 이용하거나 모조품 형태의 시료를 모니터링하는데 정보가 제한적이고 복잡한 추가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 김 박사는 “KRISS의 우주광학기술을 산업에 적용한 광학단층촬영 기술은 나노 검사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며 “국내 측정장비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켜 현재 3 % 미만인 국산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9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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