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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유화 대국굴기에 휘둘리는 韓...R&D 통한 고부가제품으로 대응해야

[메이드 인 코리아 M&A에 달렸다]

中 보무강철 세계 2위 철강 성장

화학도 잇단 M&A로 공룡 탄생

제품 경쟁력·품질 뒤지지 않아

한국 규제개선·세제지원 늘려

경량·친환경 제품 등 개발 시급





“앞으로 100년간은 중국이 세계 철강산업을 주도할 것입니다.”

리신창 중국철강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2017년 스틸코리아’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하자 국내 업계는 술렁였다. 당시 포럼은 세계 5위 철강업체를 이끄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등 국내 주요 철강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자리였다. 리 부회장은 “(세계) 철강산업의 헤게모니가 유럽·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미 넘어왔다”며 “중국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 세기 동안은 중국이 철강산업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리 부회장의 자신감은 이미 생산량에서 압도하는 중국 철강의 품질이 한국산을 위협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합병한 보무강철은 유럽의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세계 2위 철강사가 됐다. 세계 10위권에만도 하북강철(3위), 강소사강(6위), 안산강철(7위), 수도강철(9위) 등 4개사가 있다. 조강(쇳물) 생산량은 8억톤(2016년 기준)으로 우리(6,800만톤)의 12배 수준이다.

중국 업체가 쏟아내는 제품의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것은 우리 업계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 철강업 강화를 위해 보스톤컨설팅그룹과 경쟁력을 진단한 결과 대부분의 철강제품이 중국에 따라잡힌 것으로 평가됐다. 후판의 경우 중국보다 비용경쟁력이 5% 뒤지는 데 비해 품질에서는 격차가 미미했다. 철강 수요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업 물량도 중국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철근과 형강도 비용은 최대 14% 열위인 데 반해 품질은 거의 같았다. 그나마 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판재류도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중국 철강제품 점유율은 지난 2011년 11.2%에서 2015년 16.4%로 5.3%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5.3%로 0.2%포인트 줄었다. 중국 제품과의 수출경쟁에서 뒤처진 탓이다.



중국 정부가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대형 화학 공룡업체가 탄생하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가운데 17~18%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화학·석유제품의 대중수출 의존도는 40%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은 기술력을 끌어올려 중간재를 수입하는 대신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홍색공급망’ 확대정책을 10년 넘게 진행해 고순도테레프탈산(TPA) 등 범용제품의 자체조달률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처럼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고부가제품이 아니고는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중국의 산업굴기에 대항할 방법은 R&D를 통한 고부가제품 개발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철강의 경우 더 단단하면서도 무게가 덜 나가는 티타늄과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경량소재를 개발해 중국을 따돌려야 한다. 화학도 미래소재 개발과 정밀화학, 친환경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업계는 공감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산업부를 중심으로 철강과 화학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도록 각종 지원책을 담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절실함이다.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이 완화되며 기존 제품만으로도 철강과 화학업체들의 이익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고부가제품 개발 의지가 꺾일 우려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솔직히 이제 정부는 중국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어떤 속도로 추격해오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정부는 규제개선·세제지원 등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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