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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PB 전성시대… 명과 암은

[앵커]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PB상품이라고하죠. 가격은 싸고 품질은 좋아 인기입니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복잡하던 과정을 생략해 비용을 확 줄인 덕분이긴 한데 한편에서는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산업부 이보경기자와 PB상품 현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PB상품들이 인기인데요. 어떤 점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건가요?

[기자]

네, PB상품들은 가성비를 무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한 대형마트가 파는 PB상품입니다. 크리스피롤 미니라는 제품인데 한봉에 2,000원입니다. 낱개 포장하던 제품을 한 봉지에 담아 포장단가를 낮추고 먹기도 간편하게 만든 덕에 출시하자마자 9월간 팔 9만개 물량이 동이 났고 지금까지 60만봉 이상 팔렸습니다.

1,000개에 만원밖에 안 하는 종이컵, 1L 종이팩 두개를 묶어 3,000원에 파는 1등급 우유 등 정말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가성비를 무기로 해서 PB상품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PB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통업체가 현재 PB제품을 선보이고 있고요. 또 품목도 생필품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패션과 뷰티, 가전까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PB제품들이 인기몰이를 하다 보니 유통업체들마다 PB경쟁도 치열하겠네요.

[기자]

네 PB상품을 출시하면 매출이 느는 것도 좋지만 다른 유통업체와 차별화가 가능해져 점포 충성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CU나 GS25나 비슷한 물건을 팔기 때문에 가까운 편의점을 가자 라는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에 최근에는 백종원도시락을 먹으러 CU를 찾아가고 혜리도시락을 먹기 위해 세븐일레븐을 찾아가는 식의 효과가 생기는 거죠. 이 때문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이커머스까지 최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오늘 롯데마트는 PB브랜드 ‘온리프라이스’를 대표 PB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온리프라이스의 핵심포인트는 ‘균일가’인데요. 990원, 9,900원 등 가격 눈속임 없이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또 포장에 가격을 표시해 균일가라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연중할인이나 행사 품목에 포함되지 않고 연중 동일한 가격에 판매해 가격 신뢰를 높이겠다는 겁니다.

PB 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인데요.



노브랜드는 지난해 1,000개 상품, 1,900억원 매출의 성과를 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노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까지 선보였습니다. 또 간편가정식을 중심으로 한 피코크도 지난해 매출 1,900억원, 1,000종으로 성장했는데요.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피코크를 대한민국 대표 고급 식품브랜드로까지 키운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피코크는 쿠팡, 옥션 등 오픈마켓을 비롯해 롯데홈쇼핑, AK플라자 백화점까지 이마트를 넘어 다른 유통업체에까지 입점돼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차별화를 시작으로 해서 현재는 CU의 헤이루, GS리테일 유어스, 세븐일레븐의 7셀렉트라는 PB브랜드를 내놓고 고급 디저트류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티몬은 236:), 쿠팡은 탐사라는 PB브랜드를 내놓고 생수, 티슈 등 생필품 부문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내고 있고, 이베이는 패션&뷰티부문에서 한복, 데님 팬츠를 내놓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패션브랜드 PB론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소비자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살 수 있고 유통업체는 매출이 늘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건데요.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PB브랜드가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유통 점포의 경우 PB 매출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해당 점포의 매출액이 평균 2,230만원 증가하고, 유통 이익은 270만~9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조업계의 상황은 반대였습니다. 제조 대기업의 경우 PB 매출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기업 매출액이 약 11억원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PB상품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PB와 경쟁하는 자체 제조브랜드의 상품인 NB상품의 매출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위 자기 잠식 효과 또는 제 살 깎아 먹기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영세 제조업체는 단가 후려치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PB제품 납품으로 매출은 증가하지만 영업이익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는데요. 광고나 마케팅, 물류비등 생산비용 절감으로 발생한 이익 대부분을 유통업체가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앵커]

유통업체들이 과실을 다 가져간다는 건데, 해결책은 없나요?

[기자]

네, 이 문제는 제조업체에 비해 힘이 센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가야 할 이익을 스스로 돌려주면 해결되겠지만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죠. PB업계가 균형발전하려면 결국 공정거래질서가 확립돼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가 나서서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조원가 제공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위반에 대한 처벌수위를 강화해야 합니다. 제조업체도 급성장하는 해외 PB시장으로 진출해 장기적으로 거래의존도를 낮추고 유통업체와의 협상력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오성재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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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경 기자 SEN경제산업부 lbk5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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