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대출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신규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도 70%를 넘어서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더욱 본격화됨에 따라 상당수 차주들의 가계빚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는 앞으로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과 변동금리 대출 판매 관리에 나섰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이 신규취급한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3.46%를 기록했다. 지난 3월(3.48%)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가계(3.41%)와 기업(3.48%) 모두 각각 0.02%포인트, 0.04%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금리 상승에는 집단대출금리가 연 3.14%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일반신용대출금리가 0.31%포인트 오른 영향이 컸다. 신용대출금리는 8월 KB국민은행이 경찰공무원을 상대로 저금리 신용대출(일명 ‘무궁화 대출’)을 대량 취급해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3.24%)와 보증대출금리(3.28%)는 가산금리 인하로 각각 0.03%포인트, 0.07%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은행 가산금리 점검에 나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모여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에도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70%로 상승세를 이어가 우려를 더했다. 이는 전달(67.2%)에 비해 2.8%포인트 오른 것으로 2014년 2월(76.2%)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확대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확대 노력에 따라 꾸준히 줄었던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말 시장금리 상승세를 따라 다시 오르고 있다. 은행들도 금리 상승을 앞두고 변동금리 취급을 늘리는 영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에서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금리 상승기에 고객에게 보다 유리한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대출을 권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은행 직원들이 상담과정에서 고객에게 보다 유리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권유할 수 있도록 일선 현장까지 관리해달라”고 은행들에 당부했다. 또 금감원의 관련 점검을 강화토록 하고 “향후 필요하면 고정금리 대출비중 목표를 상향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대출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커진 2.28%포인트로 나타났다. 2015년 2월(2.3%포인트)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은행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은행권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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