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50% 증가한 7만여 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공급이 몰렸던 수도권에서 분양가 이하의 급매 물건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산 투자자들이 입주를 앞두고 전월세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자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대규모 입주가 맞물리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한파가 강해질 전망이다.
29일 현지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화성, 수원, 하남, 광명, 김포 등에서 300만~1,000만원의 마이너스 피(프리미엄)이 붙은 오피스텔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다음달 입주 예정인 W오피스텔의 전용 18.7㎡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500만원 싼 1억 1,900만원에 나와 있다. 수원시 영통동의 I오피스텔도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300~500만원의 마이너스P가 붙은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소유주는 1,000만원까지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화성2신도시는 화성역(SRT·GTX) 역세권에서도 프리미엄 없거나(무피)나 300~500만권까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초 역세권인 L오피스텔의 전용 23㎡도 무피에 매물이 나와 있으며 역에서 가까운 B오피스텔 전용 56㎡은 분양가보다 700만원 싼 2억7,000만원짜리 매물이 있다.
서울 역시 입주 물량이 몰린 곳은 수도권과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만 4,000여 실이 입주한 마곡지구 인근에서 소유자가 분양가 다시 내놓은 매물을 찾아 볼 수 있다. 내년에 2,700실의 오피스텔이 입주 예정인 문정동 장지지구 일대에서도 조망·향에 따라 분양가 수준의 매물이 있다. 마곡지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역에서 멀거나 시공사 브랜드가 떨어지는 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에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4만실이 넘는 오피스텔이 입주하면서 새 오피스텔 재고가 상당히 쌓여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올해(4만 7,690실)보다 52% 증가한 7만 2,646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경기도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82% 증가한 3만1,804실에 달할 것으로 부동산 114에서 집계했다. 이중 하남(5,872실), 수원(4,329실), 시흥(4,107실), 김포 (2,975실)에 입주가 몰려 있다.
새 오피스텔 늘자 수익률이 4%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월세 매물이 늘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전월세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주한 마곡지구 초 역세권 오피스텔 24㎡의 경우,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분양가가 1억6,340만원이었던 이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취득세, 재산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0.39%에 불과하다. 수도권에서도 위례 등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역에서도 수익률은 4%를 밑도는 곳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대출 끼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경우 입주 폭탄에 이어 이자 부담까지 2중고를 겪고 있다. 오피스텔 투자자의 상당수는 분양가의 30~50% 정도의 현금을 들고, 나머지는 대출로 조달한다. 송파구 장지지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만~4,000만원 정도의 자기자본만 들고 투자에 나섰던 분양자들이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내년 1월 오피스텔 전매제한을 앞두고 밀어내기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114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일시에 입주 물량 많은 곳들은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피스텔 분양 받을 경우 투자 수익률 등을 잘 따져 의사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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