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약 3개월 만에 1,110원대로 내려앉으며 하락 출발했다. 글로벌 위험선호 분위기가 무르익은데다 한중관계 정상화로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한꺼풀 더 벗겨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40전 내린 1,11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7월 31일(1,119원·종가 기준) 이후 3개월 만이다.
최근 원화는 코스피 고공행진과 지속된 외국인 증시 순매수 흐름, 국내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강세로 기울고 있다.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우리 경제를 둘러쌌던 불확실성이 하나둘 걷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거들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원화자산 투자심리가 한층 더 빠르게 회복돼 원화 강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봤다.
이날도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장중 사상 최고치를 돌파, 2,540선도 넘어서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되면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 움직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연저점(1,112.8원·3월27일 종가)을 눈앞에 둔 당국의 개입 경계와 수입업체의 저점 매수 수요를 제외하면 특별히 하락세를 막을 재료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분위기에 막혀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데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차 불거지면서 달러마저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를 첫 기소했다. 여기에 최근 강달러를 견인했던 미국 세제개편안도 당초보다 법인세율 인하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알려진 상태다.
한편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겹치면서 원엔 환율은 곤두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하나은행·9시 기준)은 전 거래일 대비 7원52전 내린 983원68전에 거래를 시작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압승으로 촉발된 엔저는 전날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나홀로’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한층 심화된 모양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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