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량 공유 업체들이 정부의 규제에 맞서 손을 맞잡았다. 카풀에 대한 시간 제한, 차량 공유를 통한 카풀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혁신을 위한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한 불합리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걷어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쏘카와 그린카, 럭시, 풀러스, e버스 등 5개사와 공동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창립했다고 1일 밝혔다. 스마트 모빌리티란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를 활용해 편리한 교통·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을 말한다. 포럼 참가사들의 사업 모델인 차량공유(쏘카·그린카)와 카풀(풀러스·럭시), 수요응답형버스(e버스), 택시·대리기사 호출(카카오모빌리티) 등이 모두 여기 포함된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한국 스마트 모빌리티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해소와 관련 분야 협력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30일 열린 첫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도 관련 법과 정부의 입장이 혁신을 막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네거티브 규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전까지 제각각 서비스 확대에 주력해온 5개 차량공유 업체들이 공동체를 결성함으로써 정부 규제 완화에도 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관련법으로 인해 대표적인 카풀 서비스인 우버X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내놓고도 중단한 상태이며, 카풀 업체들도 출퇴근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규제가 ‘한국의 우버’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30만명에 달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규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당장 풀러스는 지난 6월에 서비스 실시를 예고하고도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미뤄져 온 ‘출퇴근 시간선택제’를 강행할 계획이다. 출퇴근 시간선택제는 카풀 운전자나 이용자가 미리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기만 하면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전까지 카풀업체들은 출퇴근 시간에만 예외적으로 차량공유가 허용되는 관련 법 때문에 오전 5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한편 이들 업체들이 포럼을 결성하면서 운수업계에 대기업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참가한 기업들은 모두 대기업이 투자한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그린카는 롯데렌탈의 자회사로 롯데그룹이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쏘카는 지난 2015년 600억원을 투자한 SK가 3대 주주 중 하나다. 풀러스 역시 SK의 지분이 20% 가량이며, 네이버도 일정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럭시 역시 최근 현대차가 50억원을 투자하며 협력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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