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내정 이후 편법 상속·증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고위공직자 임명이나 기업 오너의 자산승계 과정에서 비판을 받아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던 편법 상속·증여는 오히려 일반국민들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적발된 상속·증여세 납부누락 금액만도 9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적발 금액과 합법을 가장해 편법으로 세금을 줄인 부분을 합치면 연간 수조원의 상속·증여세가 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도, 기업도 절세라는 미명하에 세금을 피하거나 줄이는데 편법·탈법을 서슴지 않으면서 탈루액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와 더불어 변호사·세무사 등은 절세 컨설팅이라는 미명으로 세법의 허점을 찾아 결과적으로 탈세를 부추기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산 5조원 미만 중견·중소기업들은 비상장기업, 즉 가족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뒤 이 기업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승계를 하는 편법 증여가 일상화하고 있다. 하림은 비상장기업 올품에 일감을 대거 몰아주며 그룹 승계작업을 진행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를 받고 있다. 사조그룹 역시 장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6년 새 자산이 241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늘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비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 10개 그룹을 살펴본 결과 편법 증여 작업으로 의심되는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총 29건이나 발견됐다.
기업뿐이 아니다. 편법 증여와 상속을 하다 처벌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직계비속에게 주식을 증여할 때 붙는 누진세를 회피하려고 상대방 자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교차증여’ △연금보험을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삼는 보험세테크 △고가주택 전세나 매매를 통한 편법 증여 등 상속·증여세 회피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는 양상이다.
편법은 말 그대로 법을 우회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을 없애는 것이 공정한 납세를 이끄는 방안이라고 진단한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 등은 기업집단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들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사후적 규제는 필수적이고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욱·서민준·노현섭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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