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인 구글간 정책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글로벌 IT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거론한 것을 계기로 양측의 케케묵은 갈등이 물밑에서 수면으로 올라왔다.
구글코리아는 2일 회사 명의로 공식 자료를 내 “이 전 의장이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쟁점에 대한 답변 가운데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아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가 특정 기업인을 지목해 공식 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의장은 당시 국감에 출석해 ‘구글코리아’의 세금 납부 문제와 고용 창출 효과, 서비스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의 관점에서 (규제의 틀을) 봐달라”고 말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의 ‘깜깜이’ 세금납부=우선 세금 납부 문제는 이 전 의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이 전 의장은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얼마나 버는지 모르고 세금도 안 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코리아는 지난 2004년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액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세금을 합당한 수준으로 냈는지도 밝혀진 일이 없다. 이는 구글이 한국 법인을 유한회사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현행법상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재무제표 등 경영 정보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르면 2019년부터는 구글코리아 등도 감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게 됐지만 공시 의무와 경영 정보 공개 범위는 앞으로 시행령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당분간 ‘깜깜이’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구글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전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어서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 중이며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해명에도 논란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매출액 등 경영 정보를 투명하고 당당하게 공개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구글 채용규모는 ‘부적절한 논쟁’=두 번째 논란은 구글코리아의 한국 내 고용 창출 기여도다. 이 전 의장은 구글코리아를 겨냥해 “한국에서 고용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532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전체 직원 수는 공개하지 않은 채 “수백 명이 근무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한국에 본사를 둔 네이버와 현지 법인에 불과한 구글코리아의 고용 창출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현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나 사업 확대 여부를 통해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외부에서 심각하게 관여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검색 공정성은 의혹 여전=마지막 이슈는 검색 서비스 영역이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네이버의 검색 광고가 허위 클릭, 광고비 증가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전 의장이 “구글도 겪는 문제”라고 해명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한 1위 사업자여서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지 이는 전 세계 모든 포털 업체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지점이라는 게 이 전 의장 주장의 핵심이다.
문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뉴스 재배열 및 검색어 삭제’ 청탁 의혹에 네이버 임원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전 의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글코리아 역시 이 점을 의식한 듯 “자사의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즘(전산 논리 체계) 순위에 기반을 두는 것”이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은 부당하게 검색 결과를 위로 띄우는 기업이나 사업자 문제를 이야기한 것인데 외압 등을 운운한 것은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지민구·양사록기자 mingu@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