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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列傳-IMM PE] 에이블씨엔씨·할리스 등 바이아웃 성사...자산 3조 '스마트 PEF'

VC·구조조정회사 경험 바탕

인력감축 없이 기업가치 높여

내년 로즈골드 4호 2조 펀딩

해외기관서 대규모 유치 계획





한산한 잠실 아파트 단지 뒷골목, 지난 2016년 1월 대형 커피전문점이 열렸다. 100여평 규모의 커피전문점 할리스 매장이 오픈했다. 재향군인회관·광고문화회관 등 주요 사무 빌딩들이 근처에 있었지만 사실 그곳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었다. 점심때를 제외하고 넓은 매장은 하루 종일 조용했다. 100여평 매장을 고객들로 가득 채우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이었다. 더욱이 매장 바로 옆에서 대형 빌딩 공사를 하고 있어 매캐한 먼지와 공사 소음이 가득했다.

1년이 훌쩍 지난 3일 찾은 100여 평의 대형 커피 매장은 매시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올해 9월 잠실 매장 매출액은 오픈 직후 대비 110% 급등했다. 고객들이 2배 더 늘어난 것이다. 비결은 간단했다. 개점 당시 공사 중이었던 ‘타워730’에 사무실이 입주를 완료하자 바로 앞에 위치한 할리스로 시시각각 몰려갔기 때문이다. 타워730은 지상 27층 규모로 현대해상·쿠팡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입주했다.

사모투자펀드(PEF) IMM PE가 2013년 인수한 할리스는 잠실점 오픈 당시 현재 지역 부동산 상권 분석뿐 아니라 미래 부동산 현황까지 파악한 후 입점을 결정했다. 상가가 부족한 잠실 아파트 단지에서 타워730과 같은 대규모 오피스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년여간 파리를 날리던 대형 매장의 손실을 견디면서 투자분석 결과를 믿고 버텼다. 대박이 났다. IMM PE 투자운용역 김유진 할리스 대표이사는 “인수 후 경영전략이 가맹점 위주에서 지역 거점 대형 직영점으로 재편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IMM PE는 경쟁 PE들과 달리 할리스 인수 이후 ‘스마트 경영’으로 실적을 높인다. 지난해 할리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상승한 1,2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같은 기간 87%, 97% 증가한 127억원, 91억원을 기록했다. 커피 전문점 포화 상태에서 일군 높은 실적 상승세다.

IMM PE가 커피전문점을 경영한 것은 처음이지만 인수 후 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10여년간 벤처캐피털·회계·구조조정 업계에서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 덕분이다. 공인회계사인 송인준(사진) IMM PE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부터 벤처캐피털(VC),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등을 두루 거쳤다. 국내 PE 업계에서 송 대표와 같이 다양한 업계를 경험한 PEF는 매우 드물다. 송 대표는 1991년 글로벌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에서 인수합병(M&A) 자문을 하며 딜 감각을 익혔다. 이후 한국종합금융, CKD창업투자(벤처캐피털), IMM파트너스(CRC), IMM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06년 IMM PE를 설립했다. 송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IMM을 운영하고 있다.



IMM PE의 올 초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국내서도 손에 꼽는 대형 토종 PEF다. 주요지분 투자는 기업가치 5,000억원 이상 대형 기업에 집중한다. 바이아웃의 경우 기업가치 1,000억~1조원 규모의 중형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부터 할리스·현대LNG해운·캐프·대한전선·태림포장 등 중견기업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인수 금액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자동차 와이퍼 생산기업 캐프를 310억원에 경영권을 사들인 데 이어 대한전선(3,000억원), 현대LNG해운(4,000억원), 에이블씨엔씨(3,274억원) 등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바이아웃딜을 성사시켰다.

할리스의 사례처럼 IMM은 바이아웃한 기업의 경우 밀착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 캐프 인수 당시 업계에서도 드물게 김영호 IMM 부사장이 캐프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력 구조조정 없이 회사를 건강하게 탈바꿈시켰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김 부사장은 송 대표와 함께 IMM파트너스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맡은 노하우를 밑천 삼아 캐프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켰다. PEF 인식이 좋지 않았던 2010년 캐프 노조는 IMM 인수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산발적인 파업도 이어졌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경영으로 회사 기업 가치는 빠르게 높아졌다. IMM 인수 당시 노조와의 약속처럼 인력 구조조정 없이 자동차 와이퍼 사업을 제외한 의료기기·건설·무역 등 다른 사업 부문은 정리했다. 2013년 11억원이었던 캐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4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인수 후 7년이 지난 올 10월 IMM은 S&K폴리텍 자회사 엔피디와 SG PE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하며 투자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2010년 키코(KIKO) 등 환율 파생상품 손실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캐프는 IMM의 효과적인 구조조정으로 엔피디에 인수돼 향후 S&K폴리텍의 폴리우레탄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압출방식 와이퍼 개발 등 신사업 진출에 나선다.

IMM의 로즈골드펀드 1~2호는 이미 소진됐고 1조2,5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는 현재 75% 정도 소진을 완료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3,000억원가량 추가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로즈골드펀드4호를 2조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PEF들이 국내 기관에 출자를 의존하는 반면 IMM은 3호뿐 아니라 4호 펀드에서도 해외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출자를 받을 계획이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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