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겨울 오후, 보스톤에서 북쪽으로 48km 떨어진 어느 흰색 유리 건물에는 웨더 컴퍼니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짐 리드보치가 있었다. 그는 회의용 테이블 한 켠의 대형 모니터에 랩탑을 연결한 후 HOTL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명칭 HOTL은 루프 위의 인간을 의미하는 영어 human over the loop의 약자다. HOTL은 절반은 구글 어스, 나머지 절반은 컴퓨터다. 스크린 아래쪽의 적색 슬라이더를 사용하면, 기상관들은 날씨의 변화를 영화처럼 빨리보기로 볼 수 있다. 리드보치의 시연이 계속되면서 지도는 폴리곤으로 가득 찼다. 마치 5살짜리가 그리는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모든 형상은 한 사람이 일으킨 변화를 나타내고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웨더 컴퍼니의 컴퓨터화된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실행되면서 전 세계인들을 위해 하루 250억 건의 맞춤형 기상 예보를 하고 있다. 이 폴리곤들은 기상관들이 가장 최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흔적을 나타낸다. ‘얼음 없음’ 이라는 폴리곤은 예보 엔진에 진눈깨비가 아닌 비, 또는 눈이 올 것을 출력하라는 지시다. 조지아 상공의 또 다른 블롭(방울)은 애틀란타 누군가의 작품이다. 이 블롭은 시스템에 운량을 5% 늘이고 온도를 화씨 1도 낮추라고 지시하고 있다. 리드보치의 주장에 의하면 이 지시는 약간의 변경에 불과하다.
테이블 반대편 끝에는 리드보치의 상사인 피터 닐리가 랩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온도를 낮추는 능동 필터가 있나요? 어디에 적용되나요? 어느 정도의 기간을 포함하나요?”라고 질문한다.
리드보치는 “오늘 오후입니다”며 변경사항을 작성한 사람인 기상관 ‘후안’을 보러 클릭을 했다. 그는 창밖을 보고 시스템과 하늘 간의 일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심심한가? 닐리는 “아틀란타에서 오늘 오후 동안 화씨 1도를 낮추는 것이 올바른 시간 활용일까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뭐라도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기상학 관련 작업은 변하고 있다. 과거 기상 예보를 하려면 하늘을 잘 관찰해야 했다. 그러나 이 건물 안에서 보이는 바깥 날씨는 문 위 플라스틱 로고 사이로 간신히 보인다. 플라스틱 로고는 웨더 채널과 예하 3개 계열사와 사업부의 아이코노그래피다. 웨더 채널, 기상 사업 솔루션을 제시하는 브랜드인 WSI, 인터넷 최초의 기상 사이트로 원래 웨더 컴퍼니였던 웨더 채널이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하기 직전인 지난 2012년에 구입한 웨더 언더그라운드가 그것이다.
애플에서 컴퓨터라는 물건을 만들자 이 회사의 업무에는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기상관보다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날씨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정보 소비의 변화는 예보 방식의 소리 없는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지난 1980년대 이래 기상관들은 컴퓨터 모델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다. 컴퓨터 모델은 물리 법칙에 기반해 정부기관이 보유한 강력한 수퍼컴퓨터에 의해 실행된다. 이 모델을 실행시키면 미래의 일기에 대한 매우 자세한 정보 데이터가 나온다. 이러한 원 데이터를 일기 예보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과거에는 여전히 기상관들의 일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모델들은 단순한 ‘지침’ 수준 이상으로 발전했다. 이들이 이제 내놓는 데이터는 이제 최종 사용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예보가 되었다. 알고리즘이 작업을 떠맡았다. 문 위의 또 다른 로고, 즉 IBM 로고가 그 사실에 못을 박는다. IBM은 지난 2016년에 웨더 컴퍼니를 매입했다. 단 웨더 채널은 매입하지 않았다. 웨더 채널은 웨더 컴퍼니의 데이터를 라이센스를 통해 사용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알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기 예보를 하는 시스템은 닐리가 이끄는 팀이 20년 전에 개발한 것이다. 닐리는 웨더 컴퍼니의 일기 예보 과학 기술 부장이다. 그는 백엔드 엔진 개발을 감독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일기 예보를 하는 데 쓰이는 대 기상 모델의 발전을 책임지고 이끈 사람이다. 그의 업적은 웨더 채널의 웹사이트와 앱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구글, 애플, 야후, 페이스북, 기타 수많은 웹사이트와 텔레비전 방송국의 일기 예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로서 오랫동안 인간 기상관들에게 가장 좋은 데이터를 주어 전 세계에 내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15년 7월, 발표나 팡파르는 없었지만 닐리는 새 세대의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이 때부터 웨더 컴퍼니의 컴퓨터는 더 이상 인간 기상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위젯, 앱, 검색결과, 디지털 도우미 등에 일기 예보를 바로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일기 예보가 나오는 방식뿐 아니라 많은 것이 바뀌었다. 기상관의 역할 자체가 달라진것이다.
‘쓰나미’라는 이름이 붙은 회의실에서 닐리는 “나는 언제나 더 나은 일기 예보를 하고자했다.”고 말한다. 1970년대 당시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기상학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눈이 언제 올지 알게되면 스키를 타러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MIT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닐리는 현실적인 노선을 탔다. 동급생들 중 다수가 기상을 더욱 이론적으로 알고자 할 때, 날리는 직접 만든 PC와 맞춤형 운영체제로 학과의 아날로그 연구 데이터를 디지털화 했다.
그의 인생의 나비 효과는 1997년에 찾아왔다. 당시 그는 콜로라도 주 보울더의 국립 기상 연구 센터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었다. 웨더 채널의 한 팀이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다. 이들은 웨더닷컴 도메인을 보유했으나, 웹사이트 자료에 색연필을 들고 설명을 추가할 인력조차도 없는 상태였다. 이들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했다. 당시 연구실에서 실용적 연구 응용방식을 연구중이던 닐리는 그들과의 회의에 초대받지 않았다. 그러나 옆 회의실에서 들려오던 대화소리를 듣고 격노한 그는 그 회의에 쳐들어가서 그들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고 말했다. 그들은 전 세계에 있는 인간 기상예보관들의 방법을 프로그램 가능한 논리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날리는 그런 것은 만들 수 없다고 보았다. 대신 그는 다양한 모델에서 나온 결론들을 합성하는 방식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때문에 그는 메사추세츠로 왔고 20년간 그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던 것이다.
첫 15년 동안 예보 엔진은 깔대기처럼 작동했다. 넓은 쪽으로 닐리의 팀이 실시간 관측에서부터 통계적으로 처리된 기상 모델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입력값을 넣는다. 좁은 쪽은 인간이다. 기상관이 자동 생성된 예보를 보고 필요한 내용을 증감한 다음 세상에 발표하는 것이다. 날리는 “발표 버튼은 언제나 인간이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 시스템은 10년 동안은 잘 작동했다. 그러나 2010년쯤 이 깔대기의 좁은 쪽이 통제 불능 상태로 커지기 시작했다. 모델은 갈수록 정확해지고 며칠 후의 날씨도 예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갈수록 정밀해져 공간해상도도 높아졌다. 그리고 대기의 이상 상태를 더욱 잘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가 참조할 수 있는 것들도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인간은 이렇게 발전한 컴퓨터의 성능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기상관들이 이 과정에 첨가하는 것들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미 10년 전부터 닐리는 자신의 팀에게 더 이상 온도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봐. 예보의 온도 수치를 바꾸면 예보를 정확하게 하기 보다는 틀리게 할 확률이 더 높아. 그런 일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
닐리는 또한 인간이 개입된 시스템의 결과물의 자세함에 실망했다. 데스크탑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일기 예보를 접하게 되었다. 기상 모델이 보유한 데이터는 옳았지만 인간 기상예보관들은 도저히 거기에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닐 리가 애틀란타에서 이 과정 마지막 부분의 정체 현상을 타개한다면, 이 시스템은 지리학적인 정확성(예를 들면 해양 온도의 정확성)을 높이고 더욱 자주 일기 예보를 할 수 있으며(1시간 후에 비가 올지 안 올지도 예측 가능), 정위치에서 분 단위의 일기 예보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닐리의 가장 큰 걱정은 예보관의 지혜를 보존하는 것이다. 모델이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측정값과 현실 사이의 격차는 언제나 존재한다. ‘비’와 ‘폭풍우’ 사이의 어의 차이는 자동화하기가 곤란하다. 해결책은 기상예보관들을 깔대기의 좁은 곳에서 꺼내어, 체계를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예보를 조정하고 검증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들은 또 다른 입력값이 되는 것이다. 닐리는 “예전에는 기상예보관들은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자기 일을 하고 예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제는 예보관이 개입하든 안하던 예보는 나간다.”고 말한다.
닐리는 예보관이 체계를 감독하게 하는 것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혁명이 아닌 진화라고 힘주어 말한다. 극한 상황이 아닌 한 이제 인간 기상예보관이 예보를 하지는 않는다. 웨더 컴퍼니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변화는 업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국립 기상청은 2,500명의 예보관을 거느리고, 웨더 컴퍼니가 단지 13명만의 예보관으로 진행하는 예보 직접 전달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곳조차도 이제는 더욱 자동화된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NBC 코네티컷의 방송출연 기상관인 라이언 핸러핸은 “우리의 역할은 3일 후 기온이 섭씨 18도인지 20도를 따지던 것에서 벗어나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적으로 변하고 있다. 거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두가 이러한 기상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똑같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핸러핸은 계속해서 “물론 일부는 컴퓨터가 사람만큼 잘할 수 있음을 부정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예보관이 기계로 교체된다는 뜻은 아니다. 웨더 컴퍼니의 직원들은 바쁘다. 항공사, 에너지 거래 기업 등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기상은 이런 기업들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기상 정보를 얻으려 한다.
미국 기상청 역시 직원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즉 상황의 특성과 심각성에 대해 비상기획관과 공보관들에게 말하는 시간을 예전보다 더욱 늘린 것이다. 미국 기상청의 청장 루이스 우켈리니는 “우리 임무가 끝나는 장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자동화 예보의 발전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중요해졌다. 예보가 틀릴 확률이 50%이던 시절에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이미 폭설이 온 후에야 비행편을 취소한다거나 학교를 휴교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예보는 역동적이다. 며칠 후의 날씨도 예보할 수 있다. 닐리는 “정보의 소통과 사용 방식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켈리니는 이를 기본 원칙으로의 회귀로 여긴다. 그는 “기상청의 첫 번째 임무는 기상, 수자원, 기후를 관측하고 예보하며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임무는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이건 기계건, 기상예보를 듣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소용이 있다.
앤드류 블룸은 2018년 에코 하퍼콜린스에서 기상에 관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Andrew Blum, illustrations by Mike McQu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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