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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기관 채용비리 남일?…소비자원, 원장 셀프선임 논란

공정위 출신 김재중 원장대행

임추위 의결하고 직접 후보로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 지적

노조선 '낙하산 내정설' 제기





한국소비자원의 원장대행인 김재중 부원장이 이사회를 통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의결한 뒤 본인이 직접 원장 후보로 나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대대적으로 채용비리를 조사하고 있는데 소비자원이 인사운영 지침까지 어겨가며 원장 ‘셀프선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시정은커녕 공정위 출신인 김 부원장을 두둔하고 있어 소비자원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8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현재 공석인 소비자원 원장 자리에 지원한 10명의 후보 중 김 부원장을 포함한 6명의 서류전형 통과자들의 면접 전형이 오는 9일 진행된다. 김 부원장은 지난 8월 한견표 전 원장이 임기 1년2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곧바로 후임 원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김 부원장이 지난 9월26일 ‘임원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추위 구성(안)’을 의결했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원장 후보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임추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본인이 후보자로 나선 것은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임추위원은 소비자원 이사회 비상임이사 6명과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 2명, 소비자원 직원 대표 1명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구성 탓에 사실상 김 부원장의 원장 선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정성 시비의 핵심은 김 부원장의 원장 지원 자체가 인사운영 지침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제 25조에서는 임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은 해당시기 당해기관 임원직위의 공개모집 또는 추천방식에 의한 모집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을 어길 경우 불성실 책임을 물어 인사제재를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원 노동조합은 김 부원장이 이미 내정된 것이 아니냐며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주 사내 게시판에 ‘원장 공모에 관한 노동조합 입장문’을 공지하고 “지난 10월13일 임추위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현 김 부원장이 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떠돌았고 이는 명백하게 공운법에서 정한 공모·추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일찌감치 내정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유능하고 우수한 후보자들의 공모 지원이 철회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등 그간 공공기관 인사에서 심각한 적폐로 거론되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가 재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원 노조는 청와대와 공정위에 김 부원장의 내정설의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해 내정설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안을 두고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공정위의 입장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원 소관 국장인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런저런 불만이 있는 건 아는데 뚱딴지 같은 소리”라며 “면접 보고 실력대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소비자원 이사회와 임추위 구성원이다. 공정위 출신인 김 부원장과는 행정고시 동기이기도 하다.

소비자원 원장 선출에서 발생한 문제는 그동안 공정위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강조하는 한편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왔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기업들에 스스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공정위 내부 단속에 연이어 구멍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에도 일명 ‘쭈쭈바 과장’ 사건 등 공정위 내 갑질과 예산 유용 등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 부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해관계 임원의 참여제한에 대한) 규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며 “임추위 구성은 형식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지 구성원을 직접 선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 논리라면 내부적으로 승진하거나 공모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종=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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