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본사 갑질 논란 등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와 모범규준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 공유 모델을 마련하는 등 환골탈태의 노력이 없으면 업계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점포 수 20만개 시대가 열렸지만 업계 곳곳에서 환부가 드러나며 프랜차이즈 산업은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은 최소 60만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이정희(사진) 중소기업학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 20년간 생계형 자영업자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성장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상생은 뒤로 한 채 지나치게 가맹점 모으기에만 집중했고 점주의 경우 전문성 없이 본부만 바라보고 뛰어들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학회장은 갑질 논란의 주체인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공정위원회 차원에서 본사의 개별 가맹점 관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사가 개별 점포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는 마련돼 있지만 매장별 실적 부진 등 개별 점포와의 고통을 분담하는 형태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매출 부진의 이유로 가맹점주의 경영 능력 부족을 들며 브랜드 퇴출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성 있는 제도는 정부 차원에서 ‘미래 성과 공유 10만기업 확산 목표’를 세우고 논의 중인 성과공유제다. 그는 “브랜드 경영주의 입장에서 이미 월급 등을 지불하는 데 추가로 성과를 나누라는 것에 반감이 들 수 있겠지만 회사가 개인 소유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가맹점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이 제도는 먼저 달성목표 제시 후 미래 성과 공유 참여자를 모으는 방식인데 지금은 나눌 게 없지만 앞으로 회사가 잘되면 그때는 기본적인 것 외에 주식 등 금전적·비금전적인 것을 추가로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성과공유 모범 사례로 포춘지가 꼽은 2016 일하기 좋은 업체 2위, 포브스가 선정한 2017 최고의 기업 2위에 빛나는 미국의 웨그먼스 푸드 슈퍼마켓을 들 수 있다.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는 이 업체는 근로자들에게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제공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고객이 왕이기에 앞서 직원이 왕이어야 한다는 경영주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례다.
이와 함께 이 학회장은 프랜차이즈 표준계약서 강화도 언급했다. 그는 “결국 프랜차이즈의 갑질이나 현상적 문제들은 계약하는 순간부터 갑을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계약관계를 투명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계약관계에 애매한 부분이 많거나 본부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다수라 계약 강화 및 표준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가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본사와 가맹점 간의 상생협력, 동반 성장 등 한국식 프랜차이즈 문화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갑질을 비롯해 전체 산업 자체가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지금이 바로 업계가 제2의 번성기를 맞을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인 상황입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