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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가 된 오바마케어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공화당의 폐지 시도가 좌절되면서 오바마케어(ACA, 전국민건강보험)가 살아 남았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와 그 제도를 떠받치는 민간 보험사들은 지금도 많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올 여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새 제도로 대체하려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노력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성장한 미국 건강보험 산업이 11시간의 개선 논의를 거치는 동안, 3조 달러 규모의 업계엔 우려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 거센 논란의 중심에는 보험사와 보험사가 ACA를 통해 받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이 자리잡고 있다. 법안 폐지 실패의 후폭풍에도 불구, 많은 보험사들은 상당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기존 제도를 더 큰 혼돈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이 7년간 요구해온 ACA 폐지는 아이러니한 대단원을 맞게 될 것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ACA 폐지는 상원에서 며칠 동안 3번이나 늦은 저녁 표결에 부쳐졌지만 모두 부결됐다. 공화당 내 불협화음과 법안 폐지에 대한 예상치 못한 부정적 여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였다.

일부 의원들은 이런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보기 드문 ‘초당적 연합’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현재 이들의 목표는 과거 공화당이 단독으로 추진하던 것과는 배치된다. 불안정한 ACA 시장 자체를 없애기보단 안정화시키려는 것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원 건강보험 위원회는 초당적 절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 9월 공청회 일정을 잡았다. 새로운 체계는 미국 저소득층의 의료 부담 경감을 위해 보험사가 지급하는 이른바 ‘연방정부 보조금(CSR, cost-sharing subsidies)’을 보장하게 된다. 이 외에도 보편적 건강보장제도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공화당의 제안을 적극 반영해 꼭 필요한 보험 상품은 유지하고 ACA세금은 폐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초당파적 문제해결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보험사들은 현재의 다양한 오바마케어 제도 하에 남아 있는 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 보험 시장에선 고용주나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보험에 들 수 없는 개인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ACA 보험상품을 철수(혹은 폐지하겠다고 협박)함에 따라, 이 제도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카이저 패밀리 Kaiser Family 재단은 작년 이맘때쯤 개인 보험 시장이 ‘2017년 수익성을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2018년에도 유효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근의 초당적 움직임에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을 살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연방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보험사들을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미의회예산처(CBO)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하면 건강보험료 20% 상승과 향후 10년간 1,940억 달러의 적자 증가가 예상된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곧 더 빠르게 가속화할 지도 모른다. 지난 8월 초, 미국 대형 건강보험사 앤섬 Anthem은 일부 주의 오바마케어 보험거래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개인 보험 시장의 축소와 악화 탓에, ACA조건에 부합하는 건강보험 상품 설계와 가격 책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른 대형 보험사들도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을 설명하며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값비싼 불확실성처럼 보이는 현상이 올해 안에 더 큰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숫자로 보는 오바마케어

1030만 명

고용주 부담 보험이나 정부의 개별 프로그램이 아닌, 오바마케어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불한 미국인 수(3월 중순 기준).

49%
ACA 보험거래시장의 2018년 ‘실버’ 등급 상품을 벤치마킹한 주요 21개 도시 보험 상품 중 최고 보험료 인상 요구율. 많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두 자릿수로 인상했지만, 적어도 한 보험사는 5%를 인하했다.

23%
아이다호 퍼시픽 소스 헬스 플랜 Idaho’s Pacific Source Health Plans이 요구한 평균 추가 보험료 인상율(일반적인 23% 인상율과 별도다). 정부의 보험금 삭감 협박 때문에 더 많이 상승했다.

700만 명
올해 논란을 빚고 있는 연방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미국인 수. 보험사가 받는 보조금은 환자 가입자들의 세금 공제와 현금지출을 크게 낮춰준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y Mukherj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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