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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500대 기업|한국은 GM의 핵심 사업 기지 중대형 SUV 라인업 강화한다

47위 한국지엠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국지엠이 올해 포춘코리아500 순위에서 전년보다 1계단 오른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한국지엠은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1~9월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한 10만 2,504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새롭게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GM의 기대가 크다며,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 시장 철수설을 부인했다. 한국지엠은 새로운 차량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


세련된 도심형 소형 SUV ‘더 뉴 트랙스’.


고급 안전 편의 사양을 탑재한 경차 ‘더 넥스트 스파크’.





한국지엠의 쉐보레(Chevrolet) 브랜드가 지난 9월 5일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에 대해 “한국지엠이 쉐보레 도입 이후 단기간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GM이 제공하는 가치와 상품성을 믿어 준 한국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지난 9월부터 한국지엠을 지휘하고 있는 카허 카젬 사장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지엠 한국 시장 철수설’도 적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한국지엠 사장 부임 후 곧바로 국내 언론을 디자인센터에 초청해 GM 내 한국지엠의 입지와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2002년 설립된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그 동안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그의 행보는 글로벌 GM에서 차지하는 한국지엠의 역할을 강조해 한국시장 철수설을 일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GM 북미 디자인 스튜디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1만6,640㎡)를 자랑한다. 직원은 180여 명. 이 곳이 쉐보레 스파크와 아베오, 크루즈 같은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제품 개발을 주도적으로 맡아왔다. 볼트EV, 스파크EV 같은 순수전기차 라인업의 디자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스튜어트 노리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전무는 “이곳은 글로벌 GM의 핵심 디자인 기지”라며 “앞으로도 그 위상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허 카젬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연 곳이 바로 이 디자인센터였다. 그는 “많은 소문을 듣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한국지엠은 앞으로 사업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GM은 사업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거기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형 SUV 트랙스만 해도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한 차종이다. 한국지엠처럼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 곳도 GM 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쉐보레 브랜드를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 멕시코에 뒤를 잇는 세계 5위 규모 시장이다. 이만한 규모라면 GM이 한국 철수를 결심한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만 4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데다가 연구개발(R&D)센터와 디자인센터 같은 인프라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순수 전기차 볼트EV와 정통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SS 같은 친환경·고성능 모델을 국내에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고 있다. 두 차종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돼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5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왼쪽)이 100만 번째 쉐보레 차량을 구입한 이상범 고객을 한국지엠 본사로 초청해 차량 전달식을 갖고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의 ‘2017 자동차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중 ‘비용 대비 가치 만족률’, ‘신뢰성 문제점 수’에서 가장 우수한 평점을 받았다. 이 조사는 2017년 7월 한 달 동안 전국 자동차 보유자, 2년 이내 신차 구입자 총 9만 6,2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새 차 구입 후 평균 5년(4~6년)이 지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엔진, 잡소리, 브레이크 등 19개 문제 영역에서 연식을 감안해도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조사해 가장 적은 문제 수를 기록한 브랜드를 뽑는 방식으로 이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자동차 내구 품질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인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JD Power)의 내구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의 조사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사 역시 신차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들에게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문제점을 엔진, 변속기, 주행 등 202개 세부 항목에 따라 응답하도록해 100대당 불만 건수를 점수화하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이 조사는 업계에서 차량 품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쉐보레는 그 동안 JD파워 내구품질조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최근 3년 간의 조사에선 말리부가 중형 세단 세그먼트에서 2015년·2016년 연속 1위, 올해 2위에 올랐고, 쉐보레 트랙스의 북미 수출 모델인 뷰익 앙코르는 소형 SUV 부문에서 2016년 1위, 2017년 2위를 기록했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함께 쉐보레의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도 국내에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말리부, 스파크, 트랙스, 크루즈를 포함한 쉐보레의 주요 모델들이 국내외 각종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으며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차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GM 차원에서도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며 “한국 내 쉐보레 브랜드 생산 중단이나 수출 전면중단 등 국내에서 우려하는 완전철수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 중인 것은 사실인 만큼, 해당 방침이 내려오더라도 한국 내에서 집중해야 할 사업군에 변화를 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GM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큰 그림은 중형차나 경차 대신, 글로벌 자동차업계 추세로 자리 잡은 대형차종 중심으로 수익구조에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모델 노후화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SUV 라인업 강화에 이미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생산 중인 중대형 SUV 에퀴녹스와 트래버스를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얹은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





한국지엠은 꾸준히 성장 중인 국내 SUV 시장에서 모델 노후화 탓에 홀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판매 중인 대표적인 중형 SUV 캡티바가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100대, 132대 판매되는 데 머물렀다. 국산 SUV 중 가장 저조한 판매 실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캡티바 후속 모델로 자리할 에퀴녹스는 미국에서 연평균 20만대 이상 팔리는 쉐보레 브랜드 주력 SUV 모델이다. 에퀴녹스가 국내에 도입되면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6 등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현재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형 SUV 트래버스의 수입 판매도 검토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에퀴녹스와 트래버스가 현재 한국지엠이 생산·판매하고 있는 소형 SUV 트랙스와 미니밴 올란도, 중형 SUV 캡티바에 이어 추가되면, 한국지엠은 빈약했던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자동차는 ‘고관여’ 제품(값이 비싸거나 중요도가 높아 잘못 구매했을 때 위험성이 큰 제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코 적지 않은 가격을 치르고 구입하는 제품인만큼, 얼마나 튼튼하고 오래 탈 수 있는지가 필수 고려사항이 아닐 수 없다. 한국지엠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 회복을 자신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국지엠이 내놓을 새로운 차량에 큰 관심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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