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 대지진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포항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혼란을 딛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론을 내렸지만 또 악재가 터진 셈이다. 규모 5.4의 강진에도 24기의 원전이 모두 정상 가동한데다 내년까지 내진 설계 기준값을 규모 7.0으로 상향하기로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원전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시 북쪽에서 발생한 지진이 원전 운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46㎞ 거리에 위치한 월성 원전도 6기 모두 발전 정지나 출력 감소 없이 정상 가동했다. 현재 계획예방정비라 운전이 멈춰 있는 월성 1호기에서 지진 감지 경보가 발생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이 견딜 수 있는 지진은 대부분 규모 6.5(지반가속도 0.2g)다. 지난해 경주 대지진 이후 한수원은 신월성 1·2호기의 안전정지 계통에 대한 내진 성능을 보강해 7.0의 강진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는 지난 10월 원전 안전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이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내진 성능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규모 7.0은 경주 대지진(규모 5.8)보다 에너지가 64배 큰 수준이다.
또 국내 원전의 주요 구조물과 기기, 부지 주변에 지진 감시 설비가 설치돼 있다. 발전소의 지진 감시 설비뿐 아니라 한수원이 운영하는 별도의 지진관측소도 13곳에 달한다. 지반가속도 0.001g 이상의 지진이 관측될 경우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운전기준 지진을 초과할 경우 원자로를 정지하고 백색비상이 발령된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설비 고장 및 방사선 누출은 없으나 정밀분석 후 후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이번 지진이 원전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긴급 파악에 나섰다. 대상 지역은 월성·고리·울진 세 곳이다. 원안위는 지진이 발생하면 1시간30분 안에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수동 정지 결정 시간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됐다.
경주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폐장도 이상이 없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며 “방폐장 이상 유무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전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정책의 문제는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국민이 잘 모른다는 데 있다”며 “절대적인 안전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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