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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 그랜드플랜 짜라]인재 양성·전문 싱크탱크 설립 등 '지진연구 인프라' 구축 필요

지진 다발지역 중심 지반특성 분석 후 맞춤형 대책 세워야

표준화 된 지진대응 매뉴얼 만들고 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지진안전지대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규모 3.0을 넘는 지진은 근래 들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 5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에는 34건으로 늘었다. 경주 대지진의 영향도 컸다. 올해도 벌써 15건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점점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창국 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포항 지진은 지난해의 경주 지진과 또다른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단기부터 중장기에 이르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건축물의 내진 설계를 보강하고 학교 등 피해 가능 시설과 주요 대피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 후 행정안전부는 우리나라 남동부 지역을 대상으로 5년 일정으로 활성단층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도권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선 본부장은 “활성단층 조사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조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은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고 해당 지역의 지질 특성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고 건물 밀집도 등에 따라 피해 정도도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와 경주·포항 등 지방 도시는 지진 발생시 피해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대비도 달라야 한다.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지진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지질 특성과 지역 특성에 맞게 복합적이고 최적화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내진 설계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률을 높이기 위한 비용은 2조원에 달하지만 내년도 지진 관련 예산으로 5,029억원만 편성했다. 지진 대책을 총괄하는 기상청의 지진 관련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12.3%(25억원) 줄어든 177억6,600만원이다. 특히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지진정보전파체계 강화 예산은 올해보다 각각 51.6%, 55.9%나 감소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진 등에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 예산이 중요도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고 있고 이 때문에 땜질 식 처방만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진 다발 지역과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지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에 맞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상 구조물의 내진 설계만 강화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포항 지진 피해가 컸던 흥해읍의 경우 토사 퇴적층이 발달한 지역이어서 건물 피해가 컸다. 이처럼 지반 특성을 고려해 내진 설계 기준을 만들고, 필로티 건축물 등에 대한 설계 및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진관련 인재양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재난관리 분야를 총괄해 배울 전문대학원 설립과 재난·재해·지진 관련 전문가 자격증 확대, 방재안전직렬 공무원 증원 등을 병행해 ‘인재양성-채용-관리’로 이어지는 촘촘한 재난관리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연구 기반 확충 등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현실은 참담하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는 사실상 ‘고사’ 상태다. 한때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 100여명이 연구했지만 정부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대학원생 3·4명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지진 연구는 답답할 정도다. 행안부가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수행한 지진 연구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정란 단국대 초고층 빌딩 글로벌 R&D 센터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단기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진 보강부터 정부의 예산 확대, 지진전문가 양성과 전문연구기관 설립 등 지진 대책과 관련한 ‘그랜드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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