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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곡물 수입하는데…예기치않은 식량위기 사태 올 수 있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세미나에서 전문가들 ‘식량안보 차원 접근해야’ 강조

“잦아지는 기상이변과 아프리카, 인도 등의 인구급증으로 세계 식량위기 올 수 있어”

“세계 곡물시장 메이저업체가 견고하게 성 쌓아…중국은 곡물회사 인수에 5조원 투자”

“우리는 주요 곡물 수입 의존하면서도 정보도 어둡고 인력양성 등 정부의지도 부족해”





잦은 기상이변과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인구증가로 중장기적으로 식량위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식량안보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이철호)이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세계 곡물시장 현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곡물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곡물조달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은 쌀·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잦아지는 기상이변과 아프리카, 인도,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수요 폭증이 불안요인이다”고 경고했다.

국가 곡물조달체계 과정에서 민간기업 참여확대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정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처장은 2010년부터 4년간 추진된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의 실패 경험을 진솔하게 설명하며 “관세와 수입 방식 등 곡물시장이 대단히 복잡해 전문가 양성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는 “세계 곡물시장은 기존 곡물기업이 견고하게 짜놓은 성곽과 같아서 새롭게 끼어들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장기적인 접근방법을 모색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곡물 유통구조와 해외 곡물메이저들을 분석한 뒤 일본 종합상사와 중국 중량집단(COFCO)의 경쟁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강창윤 미국소맥협회 대표는 2010년 aT의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사업에 STX 직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들며 “우리나라가 국제곡물유통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국제 곡물회사 하나를 인수하는데 5조원이 들었는데 우리는 700억원의 예산으로 추진하는 등 세계 곡물시장에 관한 지식도 부족하고 미래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도 약했다고 평가했다.

고재모 협성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식량산업의 일대 변혁이 예상되나 미래 예측이나 이를 고려한 식량수급 대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량조달방식의 다양화와 국내 생산기반의 확충, 쌀 대체작물 확대의 방향성 등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하고 aT의 기능과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주로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곡물조달을 하는데 중국의 흡입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본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회전식 비축제도를 참고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내 전문가그룹 (미국곡물협회, 미국소맥협회, 민간기업 등)을 포괄하는 국가 곡물조달 전문가네트워크를 조직할 것도 주문했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곡물 수급전망은 10년 이상의 장기전망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국가식량안보는 장기 보험과 같은 것으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식량안보정책을 강조한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해외농업개발은 생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쌀 생산조정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이를 콩과 조사료 자급률 향상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식량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나 국제 식량시장에 관한 이해와 대응능력이 지극히 취약하다”며 “몇년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실패사례와 일본 젠노가 20여년을 노력해 미국에 설립한 곡물회사의 성공사례 등을 대비시켜 우리가 세계 곡물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쌀은 남아돌지만 대부분의 곡물은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아 글로벌 곡물메이저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농산물이 지금은 싸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상기후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고 식량무기화될 우려도 있으며 북한의 식량도 태부족인 상황이라 정부가 장기수급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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