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편집숍 ‘더블유컨셉’의 운영사 더블유컨셉코리아가 최근 대형 사모펀드(PEF)인 IMM PE에 팔렸다. IMM PE는 이 회사의 지분 60%를 612억 원에 인수했다. 온라인 편집숍 성장에 베팅을 한 것이다. ‘더블유컨셉’의 고가 매각은 180도 바뀐 패션산업의 현 주소를 설명해 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의류 판매는 온라인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패션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위력이 점점 세지고, 정통 패션쇼가 사라지고 있으며 뒷골목 스케이트보드 트렁크가 7,000만 원대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과 스트리트 패션, 고정관념과 파격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 지면서 패션업계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흐름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인스타용 쇼킹 피스의 등장=온라인 플랫폼의 파워가 점점 세지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열광하는 베트멍 브랜드의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더니 상상도 못했던 수 백 만원짜리 ‘할머니 세탁 가방’과 ‘이케아 가죽 가방’을 명품백으로 둔갑시켰다. ‘뒷골목(스트리트)’ 패션이 ‘앞골목(클래식 패션)’을 평정하고 있는가 하면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 베트멍은 엉덩이에 포켓 아닌 ‘지퍼 달린 청바지’를 선보여 진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열었다. 슈프림은 매 신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품절 대란에 웃돈을 붙여 팔리는 리셀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이 선보인 바리깡, 삽, 벽돌 같은 것들에도 젊은이들이 열광을 하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세탁가방, 슈프림 바리깡 등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핫 아이템이 된 것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덕분이다. 이곳에서 충격과 논쟁을 부르는 인스타용 ‘쇼킹 피스’로 꼽혔기 때문이다.
◇ 정통 패션쇼가 사라진다= 디자이너들이 다음 시즌에 판매할 옷을 준비해 보여주는 ‘약속된’ 무대였던 정통 패션쇼의 모습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디자이너들은 패션쇼에서 프레스와 바이어라는 제한된 고객을 상대로 자신의 콜렉션을 펼쳤다. 하지만 현재는 패션쇼가 SNS를 통해 당일로 글로벌 시장에 확산 된다.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제품을 기다렸다 살 이유도 없어졌다. 버버리를 시작으로 톰포드, 토미힐피거, 쟈딕앤볼테르, H&M 등이 패션쇼를 공개함과 동시에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씨 나우 바이 나우’ 판매제를 도입했다.
소비자와 시장의 개념도 변했다. 내수 및 해외시장의 의미가 없어지고 대신 글로벌 소비자만 존재한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경우 매장 없이도 인스타그램으로 연락받고 해외 편집숍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판매처가 없이 해외에서 더 유명해진 브랜드도 많아지고 있다.
◇뒷골목 스케이트보드 트렁크가 7,700만 원= 뉴욕의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은 이번 가을·겨울 콜렉션에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았다. 루이비통의 로고보다 더 선명하게 박힌 스케이트보드 트렁크의 판매가는 자그마치 7,700만 원. 네티즌과 패션 전문가들은 루이비통이 아닌 슈프림에 더 꽂혀 슈프림이 침체된 루이비통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목요일 뉴욕 맨하튼 라파예트 거리의 슈프림 매장 앞은 신상품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하는 기업들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LF 등 패션 대기업들은 온라인 전용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온라인의 약점을 보완하는 아날로그 매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속 가능 브랜드도 주요 흐름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수 많은 브랜드와 디자인 속에서 브랜드의 가치관을 보고 선택하기 시작하고 있다. 100명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시대는 끝났고 사랑하는 한 명의 고객을 가진 브랜드가 훨씬 지속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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