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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환란 그후 20년-박승 누구인가] IMF 1년 전 '금융위기' 경고 칼럼…일면식 없던 DJ가 한은 총재로 발탁

박승(오른쪽)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002년 4월 1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김 대통령은 “박 총재 칼럼을 보고 한은 총재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박승 총재를 내가 이전부터 쭉 지켜봤어요. 박 총재가 썼던 글을 보고 총재감이다 싶어 임명했어요.”

지난 2002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건넨 첫 마디다. 김 전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던 그가 한은 총재로 발탁된 것은 교수 시절 썼던 칼럼 덕분이다.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총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인플레이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 칼럼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후유증이 남아 있을 때였다. 박 전 총재는 당시 상대적으로 재무 상태가 건전한 기업들의 도산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당시 20%를 넘었던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풀어 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을 읽은 김 전 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에게 “어떤 교수가 인플레이션 정책을 써야 한다는데 부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정부는 3개월 뒤 정책자금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박 전 총재의 칼럼을 눈여겨본 것은 김 전 대통령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먼저였다.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게 된 것도 칼럼 덕분이다. 1976년 한은 공무원에서 대학 교수로 전향한 박 전 총재는 언론 기고와 강연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의 왕성한 활동은 경제단체들이 그를 청와대 수석으로 추천한 밑바탕이 됐다.

또 그의 칼럼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는 다리가 됐다. 박 전 총재의 칼럼을 즐겨봤던 정 회장이 박 전 총재에게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낼 때는 박 전 총재에게 자주 강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전 총재는 교수 시절 IMF 외환위기를 미리 예고하기도 했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치기 1년 전 언론 기고를 통해 “현 경제 상태가 이어지면 곧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1년간 다양한 강연을 통해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위기 신호를 보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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