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반도체나 자동차 등 대표적 산업군의 대기업도 20~30년 전에는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이었다”며 “지금은 그런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혁신 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중기부가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재벌 때리기’ 프레임은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며 혁신하는 대기업은 앞으로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장관은 21일 오후 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직후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지금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도 20~30년 전에는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이었다”며 “중기부가 중소기업 지원의 컨트럴타워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범정부적 창업국가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 중소기업 지원 기능이 산재하면서 자원이 낭비되거나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졌던 만큼 중기부가 주도권을 갖고 이를 바로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도 제시됐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여러 부처에 혼재돼 있던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유사·중복 여부를 점검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과학 행정을 통해 중기 정책의 오랜 병폐로 지목된 중복 지원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정책 심의조정기구’를 설치해 다양한 이해가 얽힌 정책과 지원 사업을 협의·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홍 장관은 “창업-금융-기술개발-인력-수출·마케팅 등 단계별로 일관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 지원 기관간 상시 논의기구를 만들겠다”며 “대표적으로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해외 지원 중복 문제에 대해서도 손을 댈 것”이라고 언급했다.
창업정책 핵심부처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벤처확인제도에도 손을 대 시장 친화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기 위해 부동산에 몰리는 민간 자금을 벤처 투자로 유인하고 투자단계에서의 모험적 벤처펀드를 확대하기로 했다. 홍 장관은 “대기업이 인수합병(M&A)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인책을 강화하고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투자를 유도해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긴밀한 협업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홍 장관은 “오래 만나온 사이여서 서로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데 (우리는) 양극화 해소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그 구조를 지금 돌려놓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고 비판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재벌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재벌 때리기 프레임은 (우리의) 의견이 아니고 대기업 중에서도 혁신하는 곳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경제력을 남용하는 대기업은 막겠다는 입장”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성과가 매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과공유, 협력이익 배분 등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며 “대기업의 기술탈취, 납품단가 일방적 인하 등의 불공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고 사전감시와 사후처벌을 강화하는 등 촘촘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민생경제 활력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그는 “혁신형·네트워크형 소상공인을 육성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할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고 온누리 상품권을 활성화해 소상공인·자영업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끝으로 중기부 직원들에게 인식의 대전환을 당부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기부 직원들이 벤처 정신을 갖추고 스스로를 소상공인이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전=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박해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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