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무기계약직 자살...협의체 “고인, 정규직 전환 무산 걱정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무기계약직 차량검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주변 지인들이 정규직 전환 무산에 대한 우려를 자살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와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자차량기지에서 차량검수원으로 일하던 무기계약직 김모(35)씨가 지난 16일 차량기지 인근 자취방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김씨가 이 같은 선택을 한 배경으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우려와 업무 현장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협의체는 “김씨의 지인이 경찰 조사에서 ‘고인은 최근 정규직 전환이 물 건너갈까 봐 걱정이 많았고, 업무직(무기계약직)에 대한 근거 없는 인격모독에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며 “김씨의 유가족 역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진상조사위 구성, 산재 인정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다 20일 공사와 합의하고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산하기관 무기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무기계약직은 하위직급 신설, 승진 보류 등을 통해 차별적 전환을 하려 한다며 반발해왔다.

협의체는 “정규직 전환이 빨리 이뤄졌다면 고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며 “서울시와 공사는 고인이 바랐던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하루빨리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