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끼인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지만, 태블릿PC나 웨어러블 기기 등 다른 ‘세컨 디바이스(스마트폰 외 IT기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보고서를 보면 지난 3·4분기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730만대로, 전년(1,765만대) 대비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90만대를 출하한 애플이 시장 점유율 23%로 1위를 기록했고, 샤오미(21%)·핏빗(20%)·화웨이(6%)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5%로 간신히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이 선두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새롭게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3 GPS와 LTE 모델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80만대 가량 팔리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기어S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게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된 기어S3의 파생 제품인 ‘기어S3 프론티어’와 ‘기어S3 클래식’ 등을 선보이긴 했지만 골프 코스 정보를 추가하는 등 성능적으로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며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모 지아 카날리스 연구원은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디자인과 특별한 핵심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제품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아직도 헬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4분기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구매수요가 더욱 늘어 지난해보다 큰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같은 기간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 역시 지난해(4,270만대) 보다 5.4% 줄어든 4,000만대에 그쳤다. 그 중 삼성전자 태블릿 출하량은 6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줄었다. 그 사이 애플은 전년 동기(930만대) 대비 11.4% 오른 1,030만대를 출하하며 1위를 기록했다. 1년간 두 회사 태블릿 점유율 격차는 6.5%에서 10.8%로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제외한 다른 IT기기 제품군에서 프리미엄에선 애플에 치이고, 저가형 제품에선 중국 업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원천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품 스펙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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