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말기암 환자 A씨는 지난해 말부터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왔다. A씨는 평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행법상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불법이어서 A씨 가족은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오랜 입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커져갈 무렵 A씨 가족은 최근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기간에 의료진과 상의해 인공호흡기 제거를 선택했고 환자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았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면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진행한 시범사업에서 사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신청한 여성이 남성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시행한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참가자를 지난 24일까지 한달간 집계한 결과 말기환자 7명이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28일 밝혔다. 7명 중 4명은 환자 가족 2명의 의사를 반영해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1명은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임종을 맞았다. 나머지 2명은 사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였다.
같은 기간 장래에 임종과정에 접어들었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일반 국민도 2,197명에 달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시범사업 1주차에 203명에 불과했지만 372명(2주차), 402명(3주차), 535명(4주차), 685명(5주차)로 꾸준히 늘어 2,000명을 넘어섰다.
성별로는 여자가 1,515명(69%)로 남자 682(31%)보다 2배 이상 크게 웃돌았다. 전국 5곳에 위치한 시범사업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더라도 자식들에게 훗날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여성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에 적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70대가 748명으로 가장 많았고 570명(60대), 383명(50대), 247명(80대), 183명(40대) 등의 순이었다.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은 내년 1월15일까지 시행되고 2월4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부터 본격 제도가 시행되는 사이에는 한시적으로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가 중단된다. 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보건소, 의료기관, 공공기관, 비영리법은 등으로 등록기관을 늘리고 향후 대국민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확인했다“면서 ”남은 기간 제도를 충분히 보완하고 임종과정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면서 환자의 이익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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