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한 업체 대표인 A(49)씨는 회사 운용수수료를 개인계좌로 받아 강남에 아파트와 집 3채를 구입했다. 어머니에게서 주택 구입 자금으로 현금 수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법인세와 소득세·증여세를 모두 누락했다. 국세청은 A씨를 적발해 법인세와 소득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건설과 주택신축 판매를 하는 B그룹의 회장 C씨는 임직원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들이 퇴직할 때 자녀에게 액면가액으로 양도하는 수법으로 증여세 수십억원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현재 B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가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이 1차로 261명에게 581억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국세청은 부동산을 고리로 한 상속·증여를 들여다보면서 대기업 오너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검증을 벌여 31건, 107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 일가에 대한 검증과 세무조사도 벌인다.
국세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 결과 및 추가조사’를 발표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탈세유형은 다양하다. 보건소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 C씨는 어머니와 외할머니로부터 현금 수십억원을 증여받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는 이 돈으로 대구에 고급 아파트 전세를 얻고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아파트 등을 사들였다가 덜미를 잡혔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D씨 부부는 웃돈이 붙은 부산과 동탄2신도시 등의 아파트 분양권을 투기목적으로 10회 이상 취득·양도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 수억원을 탈루했다가 적발됐다. E씨는 아파트 분양권을 팔면서 다운계약서를 쓰고 현금으로 받은 웃돈을 장모 명의 통장에 입금해 숨겼다가 양도소득세 수천만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다주택자 △연소 보유자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 588명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이 중 261명에 대한 결과가 먼저 나온 것이다.
국세청은 이날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있는 255명에 대해 추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 취득자가 신고한 자금조달 계획 1,453건을 전수조사한 뒤 의심 사례를 뽑았다. 국세청이 제시한 추가 조사 대상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다운계약자 △고액현금을 자금조달방법으로 제시한 자 등이다.
전방위 조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경우 주식 명의신탁과 불균등 증자, 불공정 합병 등 변칙적 수법이 다수 확인돼 향후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건설은 사주 일가가 차명으로 운영하는 시행사로부터 일감을 받고, 사주 일가는 일감 증여세를 탈루했다. G그룹의 친족이 운영하는 하청업체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고 하청업체의 지배주주는 일감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이 외에도 국세청은 부동산과 주식·금융자산 등이 수십억원이 되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자금출처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 등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탈세가 확인되면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대기업 및 계열사를 중심으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집중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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