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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내려다…신는 족족(足足) 아프다

무지외반증, 하이힐·롱부츠·키높이 깔창 등으로 발가락 변형

1주일에 3~4회 이상 착용 피하고 실내선 낮은 신발로 갈아 신어야

외출 전후에는 온수로 족욕 권장…발가락 벌려주는 교정기도 도움





하이힐은 작은 키를 보완하고 다리 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자신감과 매력지수가 올라갈수록 발과 허리에는 점점 더 무리가 갈 수 있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해 ‘하이힐병’ ‘걸그룹 직업병’으로 불리는 무지외반증은 가장 대표적인 발 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져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이 안쪽으로 돌출된 것을 말한다. 장시간 서 있거나 걸어다닐 때 변형이 온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가 계속 신발과 부딪히거나 마찰되면서 자극·통증이 발생한다. 엄지발가락 쪽으로 실리던 체중이 두세 번째 발가락뼈 쪽으로 전달돼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빠져 보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새끼발가락 변형도 초래할 수 있다. 새끼발가락이 엄지 쪽으로 휘면 돌출부위의 마찰 및 압력으로 통증을 유발한다. 구두 및 하이힐을 신을 때는 굽을 3~4㎝ 이내로 하고 발볼 부위가 넓은 신발을 신는 것이 발 건강에 좋다. 가능하면 착용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키 높이 깔창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 무지외반증 환자도 증가세다. 장소와 의상에 따라 높이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 다단 깔창부터 잘 보이지 않는 투명 실리콘 깔창, 신발을 벗게 될 응급 상황에 대비해 양말 속에 넣어 착용하는 양말용 깔창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이힐이나 키 높이 깔창을 끼운 신발을 오래 착용하면 무게중심이 발바닥 전체가 아닌 발 앞쪽으로 쏠려 발가락 변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발볼이 좁은 신발을 즐겨 신을 경우 엄지 또는 새끼발가락 뼈에 반복적인 외상이 가해져 발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유전적 원인도 영향을 미쳐 굽이 낮고 발볼이 넓은 신발을 즐겨 신는 사람에서도 발 모양의 변형이 생길 수 있다.

겨울철 하이힐 롱부츠나 어그부츠도 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추운 겨울에 다리에 꽉 끼는 롱부츠를 신으면 다리 근육과 혈관이 경직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종아리에 전체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정맥 혈관이 피부 위로 돌출되는 하지정맥류가 생겨 통증·피부조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힐 롱부츠라면 무지외반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그부츠는 발 볼이 넓고 굽이 낮아 상대적으로 발이 편하다. 하지만 밑창이 납작해 정상적인 보행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 어그부츠를 자주 신으면 바닥의 충격이 발과 발목에 전달되고 발바닥의 아치를 지지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족저근막(발바닥근막)에 염증을 유발해 족저근막염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롱부츠와 어그부츠는 발가락과 발바닥의 통풍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각종 세균들이 서식, 심한 발냄새와 무좀 같은 질병에 취약해지기 쉽다. 땀에 젖은 부츠는 보온 효과도 떨어진다.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롱부츠나 어그부츠와 같이 발이 불편한 신발 착용은 1주일에 3~4회를 넘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실내에서는 편안하고 굽이 낮은 신발로 갈아 신어 다리의 긴장을 풀어주고 틈틈이 발가락과 다리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인대와 관절이 위축되지 않도록 외출 전후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려면 변형을 악화시키는 신발을 피하고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편한 신발 착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자주 신발을 벗어 발을 풀어주고 엄지와 두번째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해 발 주변의 피로를 풀어주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우선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한다. 굽이 높고 발볼이 좁은 신발 착용을 피하고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통증을 느끼는 환자라면 신발 안에 교정 도구를 착용하거나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보조기를 사용하면 엄지발가락의 변형을 늦춰주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보존적 치료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뼈를 잘라서 각도와 위치를 본래 위치로 복원하는 수술 등이 흔히 시행된다. 보행에 매우 중요한 발을 미용 목적으로 섣불리 수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술 후 보조장치 없이 걷기까지는 6주가량 걸린다. 그전까지는 목발 보행이 가능하다. 수술 후 5~6개월까지는 볼이 넓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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