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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해양진흥公 물건너가나...한진 잃고도 해운재건 외면하는 국회

■ 현대상선 대형화 '골든타임' 놓치나

내달 1일 국회 소위 못넘으면 내년 8월로 넘어가

지방선거 앞두고 여야 "우리 치적" 법안통과 미뤄

현대상선 대형화로 경쟁력 강화 계획 물거품 위기





당쟁에 여념 없는 국회 탓에 무너진 해운업을 재건할 해양진흥공사설립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해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하나 남은 국적선사 현대상선의 대형화 계획이 흔들리면 글로벌 해운공룡과의 경쟁은 꿈도 꿀 수 없어 결국 한진해운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서다.

29일 국회 관계자는 “1일 예정된 해양수산법안 심사 소위에서 해양진흥공사법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법안은 내년 임시국회 또는 본회의가 열리는 8월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올해 8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이 지난해 법정관리로 공중분해된 후 무너진 한국해운업의 재건을 위한 목적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정부가 법정 자본금(최대 5조원)의 51%를 출자하는 형태로 해운업체들이 선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투자하고 보증까지 맡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약속했지만 무산됐다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여야가 합의해 다시 추진한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인 해양수산법안 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내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한국당은 “우리가 여당일 때 추진하던 것을 여당이 뺏어갔다”는 입장이고 호남이 기반인 국민의당은 “대통령 지역구인 부산 지역에 수혜가 많이 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일 소위를 넘지 못하면 5일로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도 받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내년 2월 임시국회나 8월 정기국회로 법안처리가 미뤄진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두고 2월 임시국회가 파행할 수도 있어 법안은 8월께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붕괴 이후 36%에 이르던 국적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이 14%로 3분의1토막 났고 일자리도 1만여개가 날아갔지만 국회는 해운업 재건보다 당의 이익만 우선시한다는 비판이다.



업계는 국회가 “‘산업 사이클’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진해운은 배를 비싸게 빌렸는데 운임은 되레 낮아지면서 몰락했다.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 등 해운공룡들이 2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선 1개)급 초대형선박에 낮은 단가 대신 화물을 많이 싣는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일본은 내년 자국 선사 3곳(MOL·NYK·K라인)을 합병하고 국적선사 코스코(181만TEU)도 오는 2020년 세계 7위 선사인 홍콩의 OOCL(67만TEU)과 합병한다. 현대상선이 속한 2M얼라이언스의 머스크는 선복량이 355만TEU, MSC는 312만TEU로 현대상선의 여덟 배다. 2M과 전략적 동맹이 끝나는 2020년 초까지 현대상선이 대형화를 못하면 새 동맹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원양정기선이 없으면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을 거쳐 갈 유인도 사라진다. 1조달러의 무역국인 한국을 ‘패싱’할 우려가 커질수록 운임료도 높아져 수출 경쟁력은 떨어진다.

대형화 계획의 핵심이 해양진흥공사법이다. 현대상선은 1만3,000TEU~2만TEU급 선박 약 20척을 발주할 계획을 조율 중인데 2020년 초까지 받으려면 내년 상반기에는 발주해야 한다. 국책은행 등이 만든 선박신조프로그램(약 2조4,000억원)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기관이 많아 지난 9월 현대상선이 발주한 유조선 5척에 대한 집행도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정부 보증하에 자본금의 최대 네 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면 이 같은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신조선가가 뛰기 전인 올해 말과 내년 초가 발주의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대형화를 못하면 현대상선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며 “(대형화를) 해야 한다면 조선가가 낮은 지금 해야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강광우·김우보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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