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자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자금 압박을 우려하는 강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박한 마진 탓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한계 소상공인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34)는 “방문하는 손님들의 수가 줄어 한달 250만원 매출에 월세와 전기세를 내고 남은 50만~60만원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 다달이 내는 대출이자까지 높아지게 생겼다”며 “우리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한테는 매달 5만~6만원의 이자 부담도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미 이 주변 카페 대부분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포기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문 닫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표정도 더욱 어두워졌다. 영세한 처지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1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상승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편의점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 수입이 올해 대비 14%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 이자가 늘어나게 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점포 임차료가 오르고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비용 부담이 늘어날 상황인데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가맹점주들은 3중고에 처하게 됐다”고 답답해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대출은 480조2,000억원. 이 중 64%인 308조7,000억원이 사업자 대출이다. 구조조정과 취업난, 조기 퇴직 등으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대출액은 지난 2012년 318조원에서 지난해 480조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뛰면 음식과 숙박업은 10.6%, 도소매업은 7% 폐업률이 높아진다.
중소기업들 역시 내년 사업계획이 안갯속에 빠졌다며 당황해하고 있다. 특히 사업 확장이나 설비투자, 생산 확대를 계획했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계획을 연기하거나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 시작한 은행들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조건으로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거나 차환 대출 시 금리를 2~3%포인트씩 높여 부를 것이 확실해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화장품을 제조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수출하는 B 대표는 12월 말까지 해외 바이어들과 계약한 물량을 맞춰야 하는데 금리가 인상돼 생산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B 대표는 “은행권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생산자금으로 써야 하는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비용이 높아졌다”며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끌어 생산물량을 맞춘다고 해도 마진율이 급격히 줄어들어 회사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번 달에 바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부산 녹산산업단지에서 도금 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 역시 좌불안석이다. 그는 과거 주거래은행이 여신정책 전환을 이유로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전형적인 ‘비 오는데 우산 뺏기’를 겪었던 것.
거래 은행을 여러 곳 두는 식으로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해왔지만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트라우마가 살아나고 있다. C 대표는 “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조마조마하다”며 불안해했다. /백주연·박준호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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