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 회사가 처한 현재 상황은 미묘하게 다르다. STX조선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면서 지난 7월 이후 수주한 선박 11척에 대한 건조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내년 이후 신규 선박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STX조선이 어쨌든 시간을 번 셈이라면 성동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비슷한 처지인 두 회사가 다른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권에서는 “양사를 맡고 있는 국책은행 수장(首長)들의 입장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부실지원’이라는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두고 학자 출신인 이동걸 산은 회장이 좀 더 유연한 입장인 반면 정통 관료 출신인 은성수 수은행장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쪽에 가깝고 은 행장은 청산 쪽에 좀 더 무게를 싣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구조조정은 결국 ‘윗선’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책은행 수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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