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인상했지만 채권시장은 예상보다 평온했다. 인상 폭이 예상한 수준인데다 금통위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추가 인상이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반영된 국고채 3년물이 한동안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가격이 상승해 수익률이 높아진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75%로 전일 대비 3.7bp(1bp=0.01%포인트) 하락해 2.1%선이 무너졌다. 1년물·5년물은 각각 1.1bp, 4.1bp씩 내렸다. 중·장기물은 엇갈렸다. 10년물은 0.3bp 내린 반면 20년물·30년물은 각각 0.2bp, 0.7bp 하락했다.
당초 시장은 11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채권시장이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조동철 금융통화위원이 유일하게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됐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기준금리는 경기 확장 국면과 함께 2%대 중반까지 인상될 것”이라며 “과거 통상적인 금리 인상 기간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도 2년 내외의 완만한 통화 긴축 기조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은 추가적 금리 인상 시점에 쏠리고 있다. 이날 채권금리는 내년 1·4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으로 미온한 반응을 나타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하반기께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신중한’ 금리 인상을 통화정책방향문구에 삽입한데다 부동산 비수기가 도래하는 만큼 1·4분기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2·4분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때 이를 통제할 금융 안정 목적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개선 모멘텀과 물가 상승을 검토하고 국내 세제개편 등 정책의 실행 여부를 점검하며 통화정책 신중성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낙관적인 경기 인식에도 통화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한 만큼 추후 기준금리 인상 일정은 내년 신임 총재 취임 이후가 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며 연간 1회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금통위 결과 이후 채권시장은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상 당시에도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을 전후로 채권금리가 선행적으로 상승한 후 실제 금리 인상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탓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해 이달 연고점을 경신한 국고채 3년물을 중심으로 기회를 엿볼 것을 권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여전히 시장에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리가 있지만 생각보다 금리가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1·4분기 금리 인상이 없을 경우 본격적인 되돌림을 대비할 시점인 만큼 보유수익(carry)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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