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예산 관리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최종 협의 없이 발표하는 바람에 ‘출자 규모는 확정이 안 됐다’며 부랴부랴 출자액 수치는 모두 지운 자료를 재배포해 빈축을 샀다.
금융위는 30일 ‘혁신창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출자사업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금융위는 산은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민간 자금과 결합해 혁신모험펀드를 만든다. 또 한국성장금융 역시 성장금융의 출자금과 민간 자금과 결합해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 펀드는 혁신·벤처기업이 중기 단계 이후 대규모 성장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초기 투자와 연계한 후속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된다.
금융위는 혁신·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민간 자금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이 배분받는 초과수익의 일정 부분을 이전하거나 지분매입 옵션, 후순위 출자 기회를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금융권 투자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자본규제 완화나 위험 가중치 조정 등도 검토한다.
아울러 정책자금 출자 비율을 현행 50∼80%에서 30∼40% 이내로 완화해 민간 출자자 중심의 혁신·벤처기업 투자펀드가 조성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자를 미리 확보한 운용사를 대상으로 심사해 운용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낸 정책자금은 부족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성장 단계에 있는 혁신·벤처기업을 위한 후속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후속 투자를 제약하는 출자자 전원 합의나 특별 결의 요건 등을 완화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는 대규모 출자 계획을 이날 오전 공개적으로 발표한 뒤 오후에는 “출자 액수는 나중에 다시 확정하겠다”고 밝혀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오전 발표에는 산은과 성장금융을 통해 약 4조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기재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무른 것이다.
최근 금융위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가 세제혜택 등을 검토했지만 기재부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벤처나 코스닥 활성화같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금융위와 기재부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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