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5%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발표됐던 1.4%의 ‘깜짝 성장’ 속보치보다도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7년여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8%의 성장률로 역시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 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뒷걸음질쳤던 실질 국민총소득도 2.4% 훌쩍 뛰었다.
◇올해 연 3%대 성장 확실시… 4·4분기 성장률 0.02%만 넘어도 연 3.2% 성장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17년 3·4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 7~9월 동안 우리나라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5% 증가했다. 지난 10월 한은이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앞서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 3.0% 성장 경로를 뛰어넘는 수치다. 우리 경제가 남은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이상 올해 성장률은 3.2%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성장률이 0.02%만 넘어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3.2%로 올라선다. 0.39% 이상이면 연 3.3%, 0.76% 이상이면 연 3.4% 성장도 가능하다. 김성자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3·4분기 높은 성장률의 기저효과로 4·4분기 성장률은 이번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소비심리 개선, 통관 실적 수출 두자릿수 증가율 지속, 정부 재정집행률 상향 노력 등이 4·4분기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의결문에서 “지난 10월 전망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상태다. 한은은 지난 10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8%에서 3.0%로 올려잡았는데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외 경제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한 바 있다. 연 3%대 성장은 2014년(3.3%) 이후 3년 만이다.
잇단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조정, 기준금리 인상, 원화 강세 등 한국 경제 회복 신호에 올해 1인당 GDP 3만 달러 달성 가능성도 주목된다. 김성자 과장은 “종합적인 물가 수준이 소폭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낮아지면서 달러 기준 1인당 GDP에는 긍정적인 상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는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상당히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소비·설비투자 호조,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올라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속보치보다 좋게 집계된 것은 9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속보치 발표 후 9월 자료가 보완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0.1%포인트 상향조정된 0.8%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3·4분기 의료 등 서비스와 전기가스, 주류 등 비내구재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 분기 1.0%로 올라섰던 데 비하면 증가율이 소폭 줄어 1·4분기(0.4%) 이후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도 0.2%포인트 올라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1·4분기(-7.0%)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았지만 전 분기 증가율(5.2%)이 워낙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 증가했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는 2.3%, 1.5%를 각각 기록했다. 속보치와 같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건강보험 급여비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22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전체 성장을 견인한 수출도 6.1%로 속보치와 같았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자동차 업종의 수출 호조에 올 3·4분기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약 64%)을 차지했다. 2014년 1·4분기(1.1%포인트) 이후 14분기 만에 최고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분야 GDP 증가율은 2.9%로 2010년 2·4분기(5.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도 1.1%로 2014년 3·4분기(1.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건설업은 1.5%였다.
◇실질 국민총소득 다시 증가세 2.4% ↑
한편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11조4,22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4% 증가했다. 올해 1·4분기 2.7% 늘었던 GNI는 전 분기 -0.6%로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소득을 합친 것이다. GNI에는 교역조건에 따른 무역손익까지 포함돼, 올 1·4분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수출품의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이번 상승세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투자율은 31.3%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올해 1·4분기(31.4%) 이후 2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총저축률도 전 분기보다 1.2%포인트 늘어난 36.9%를 기록했다. 1998년 4분기(37.2%) 이후 18년 반 만에 최고치였던 1·4분기와 같다. 국민들이 처분가능소득(+3.2%)이 커진 데 비해 최종소비지출(+1.2%)은 늘리지 않은 까닭이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3.5%로 집계됐다. 전 분기(2.3%)보다 1.2%포인트 올랐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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