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VVIP) 카드 고객인 이모(42)씨는 다음달 있을 뉴욕 일정의 비행기 좌석을 일등석으로 예약했다. 평소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올 초 발급 받은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 덕에 비즈니스 좌석이 무료로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연회비를 많이 냈더니 돌아오는 혜택도 컸다. 카드사 개인비서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이씨 취향에 맞을 뿐만 아니라 현지 숙소·식당 예약에서 여행 일정까지 척척 진행됐다.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씨의 사례와 같이 항공권 좌석 승급 등 각종 바우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VIP 또는 VVIP 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연회비만큼의 혜택을 제공하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져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거나 법인카드 발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이득이다.
카드업권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불황이라고 하지만 연회비 200만원대의 신용카드를 내놓는 등 최근 VVIP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 말 연회비가 25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더 블랙 에디션2’를 내놓았다. 이 카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좌석표를 구매하면 1등석으로 좌석 등급을 무료로 올려주거나 동반자 1인의 항공요금을 50% 할인해준다. 국내 특급호텔 객실을 할인 받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원한다고 발급 받을 수 있는 카드도 아니다. 현대카드가 자체 기준에 부합된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에게 먼저 발급 의사를 묻는 초청장을 보낸 뒤 고객이 가입 신청 서류를 작성하면 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입 승인을 받아야 카드를 소유할 수 있는 ‘상위 0.05%’를 위한 카드다.
신한·우리·롯데카드는 연회비 100만원짜리 VVIP 카드를 내놓고 있다. 롯데카드의 ‘인피니트’는 부유층을 겨냥해 맞춤형 항공·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VVIP 상품이다. 그 외에도 10만~20만원 수준의 매스티지카드, 연회비 50~70만원 수준의 프리미엄 카드 등이 있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명품(prestige)’의 합성어로 일반카드보단 연회비가 비싸지만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다. 프리미엄 카드는 매스티지 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다. 프리미엄 카드 중에서도 등급이 한 단계 높은 카드가 VVIP 카드다. 매스티지 카드의 경우 보통 호텔 발렛파킹, 공항 라운지 이용권, 호텔 식사권, 백화점 상품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카드는 여기에 리무진 서비스, 골프 그린피 면제, 호텔 멤버십 등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The Ace’, 현대카드의 ‘The Red Edition 2’가 대표적 상품이다.
다만 다양한 혜택을 노리고 연회비가 높은 카드를 선택하더라도 실제로는 여건상 ‘본전’을 뽑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의 바우처 실사용률을 집계해본 결과 150만9,117건의 바우처 중 89만867개만 실제로 사용돼 실사용률이 59%에 불과했다. 연회비 100만원 이상 카드의 바우처 실사용률은 54.7%, 50만~70만원대는 77.6%, 10만~20만원대는 57.3%에 달했다. 박용진 의원은 “무료 항공권 등 혜택이 많더라도 다 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연내 여행 계획이 있는지, 면세점 이용 계획이 있는지 등 신중하게 판단해서 본인에게 맞는 카드를 사용하고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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