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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때문에 혁신성장 어렵다"

지난달 전략회의서 질타 쏟아져

규제완화가 혁신성장 핵심인데

사후 적발식·실적 쌓기용 등

'코드 감사'에 공무원 안움직여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 비공개 토론에서 감사원이 바뀌지 않으면 혁신성장도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도 감사원의 사후적발식 ‘코드 감사’가 계속되면 혁신성장의 핵심인 실질적 규제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이번 혁신성장회의에서 감사원의 감사 문제가 거론됐다”며 “혁신성장을 하려면 규제를 풀고 공무원이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의 감사방식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관가에서는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 감사원 감사에 대비한 논리부터 세운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혁신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 안팎에서는 외환규제(외국환거래법) 사례를 든다. 외환은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임에도 향후 감사를 걱정한 금융당국이 금융사 질의에 답변을 쉽게 하지 않아 포지티브 규제로 운용되고 있다.

관료들은 감사원의 사후잣대 적용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자원 개발이나 네 번이나 되풀이된 4대강 감사가 대표적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로 감사원에서 무더기 징계를 받은 후 과도한 원칙검사와 규제 완화 기피로 문제가 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후 부실이 생겼거나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감사를 하고 징계를 추진하는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많이 줄었다지만 실적쌓기용 감사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 부처들은 다툼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원 눈치에 해명자료조차 내지 못한다. 지난 2014년 173건으로 전년 대비 75건 줄어들었던 감사원의 징계·문책 건수는 2015년 213건, 지난해 223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를 비롯한 ‘코드 감사’ 논란도 여전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차관과 여당 인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감사원 문제가 거론된 만큼 감사방식과 역할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옮기는 방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단수의 신임 감사원장 후보도 검증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퇴임한 황찬현 감사원장은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소속 및 기능 재편 논의에 따라 감사원의 독립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와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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