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김수환(36·가명) 씨는 명동 환전상을 찾아 1,000만원 상당의 미국 달러를 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이 1,080원 밑으로 내려앉자 달러를 사들였고, 환율이 올랐을 때 다시 원화로 바꿔 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다. 환전한 돈은 현금으로 갖고 있지만 조만간 환율이 더 하락하면 외화 예금 통장을 개설할 계획도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환매했다. 김 씨는 “최근 지인들 사이에서 달러나 엔화를 매수하는 환전 재테크가 인기”라며 “환율이 더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달러를 추가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면서 외국 유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부터 환율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싶은 투자자까지 환테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투자에 관심 없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도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성향과 활용 목적에 따라 환테크 방식도 다르다”며 “환율이 많이 떨어진 만큼 자산의 일정 비율을 달러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러기 아빠의 환테크는 ‘달러 분할 환전’= 자녀가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이어서 해외에 학비나 용돈을 보내야 하는 경우 환율이 오를 때를 대비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점에 외화를 사 두는 게 좋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만 달러 규모의 외화를 매입했다면 추후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를 때보다 1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현재 1,080원대에서 세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만큼 한꺼번에 환전하기 보다는 여러 번에 나눠 환전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환전한 달러는 주거래 은행의 달러 예금으로 보관하면 편리하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맡겨 놓는 상품이다. 실제로 최근 원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시중은행의 달러 및 엔화예금 잔액은 크게 늘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한 달 새 4조원(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은행 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환테크를 위해 달러 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달러예금은 금리는 낮지만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세금도 붙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고객 포트폴리오에 최근 다수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예금은 일반 예금처럼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과 약정 수익을 보장하는 정기 예금이 있다. 투자 목적의 예금은 정기 예금이 적합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 금리가 변하고 있어 만기를 짧게 하라고 권하고 있다.
△투자 새내기 직장인의 환테크는 ‘달러RP·펀드’= 투자 목적으로 달러를 매수하려는 직장인들은 장기적인 환율 변동성을 대비해 재테크 하는 게 좋다. 우선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표시 유가증권(채권)을 유동화한 환매조건부채권(RP)도 유용한 상품이다. 최고 연 2%까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권사가 다시 채권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최소 가입 금액이 낮고 추후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과 함께 금리를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좀 더 공격적 성향을 지닌 투자자는 달러 표시 주가연계증권(ELS)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같은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환율은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품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달러연계 ETF는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등으로 모두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이들은 모두 연초 이후 20%의 고수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달러 ETF는 배당소득세를 15.4% 내야 하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오히려 손실이 될 수도 있다”며 “변동성에 유의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노후 걱정하는 직장인의 환테크는 ‘달러보험’= 현재는 원화가 강세지만 향후 달러강세로 반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달러보험으로 장기 투자할 것을 권한다. 달러보험은 달러를 기반으로 한 보험 상품으로 최근 보험사에 따르면 관련 상품에 뭉칫돈이 유입되는 추세다. 달러보험은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수령할 때도 달러로 받는 게 특징이다. 달러보험은 통상 달러 강세 전망일 때 판매가 늘어나지만 최근 10년간 확정금리와 비과세 혜택 등이 제공되면서 인기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리나 수익률과 관계없이 노후 소득을 달러로 수령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환율이 하락할 때는 원화로 환산했을 때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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