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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추심·불법사채 기승 우려…" 정책서민금융 공공성 강화해야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서민금융체계 혁신방안’ 토론회

“대부업 강도높은 채권추심 나설 우려 있어 강력한 단속 필요”

“저축은행·대부업, 채찍과 당근 병행해 서민금융 활성화 유도”

“서민 정책금융은 재정비중 늘리며 서민금리 인하 유도하고

빅데이터 축적해 신용등급별 맞춤형 금융 지원체제 갖춰야“

“소멸시효 지난 ‘죽은 채권’ 자동소각해 서민 자립기반 구축”

이명호(가운데)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이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민금융 체계 혁신방안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춘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 허훈 백석예술대학교 경영행정학부 교수, 송두한 NH금융연구소 소장, 이 전 부총장, 송종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하주식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




내년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3,9%포인트 인하될 예정인 가운데 대부업체가 강도높은 채권추심에 나설 수 있어 불법추심·불법사채를 강력히 단속하고,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에 대해 ‘채찍과 당근책’을 병행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대부분 기존 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는 서민 정책금융도 재편해 재정 비중을 늘리며 서민지원 금리를 인하하고 빅데이터를 축적하며 신용등급별로 맞춤형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 소장은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대표 최종원)과 민주당 금융소비자보호특위(위원장 문명순)가 공동주관한 ‘서민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서민금융체계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서민 정책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비교적 금리가 높은 생계형 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3% 미만의 저리 자립형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 정책금융을 민간 위탁채널(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 많이 의존하는데 독립채널로 전환하고 서민금융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관리, 평가해야 한다”며 “민간 금융기관 자본을 활용한 지원은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 정책자금을 투입해 맞춤형 정책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을 취급하지만 햇살론 일부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서민 정책금융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9월 글로벌금융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보다 강력한 ‘서민정책금융 기구’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또 내년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되면 제도권 서민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못 받는 서민이 늘어나 약탈적 금융구조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져 자율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최근 채권추심업에 진출하는 대부업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부업의 채권추심업 겸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저신용자의 대부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부잔액은 2009년 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7,000원으로 급증했다.

그는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리적 업무영역 완화 등 지원책과 함께 금리결정 체계의 투명성 강화나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구조 변화 등 규제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 소장(민금넷 정책위원장)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허훈 백석예술대학교 경영행정학부 교수는 “서민금융시장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문제가 있어 공급 측면 개선에만 초점을 둔 접근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업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개선안도 고민해야 하고 저축은행은 시장기능을 강화시켜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서민금융진흥원 지원체계가 지역과 저신용 계층 간 상대적 불평등이 상존할 가능성이 있고 수요자 맞춤형 상품이 제공돼야 한다”며 “서민금융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거복지 개선, 자영업자의 질적구조 개선 등 소득분배 개선을 병행해 안정적 국민경제와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종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는 “현재 가계부채가 1,400조원이 넘지만 가계금융자산 대비 45%로 관리가능하나 중산층과 서민층의 가계부채는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저축은행과 대부업이 중산층·서민층 금융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고 대부업은 광역시도단체장 등 지자체가 나서 적극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TARP라는 공적 부실자산구제기구가 있는데 우리도 공적 부실자산구제기구 관리감독하에 부실채권시장 거래소를 설립하고 가치평가위원회를 만들고 채권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채무자에게 이로운 공적 채무조정이 바람직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적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려고 해도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조치에 따라 부실 채권시장에서 매입대상 채권을 민간 자산관리회사와 매입 경쟁을 하지 못 하도록 해 사실상 공적 채무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기동 신구대학교 교수는 “저신용계층에 대한 지원을 위한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과 파산면책채권에 대해 탕감하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부채탕감보다 책임성을 강조한 ‘대출채권장기 액면회수제’를 실시하고 정부 보증아래 무담보 소액신용 대출 금융기관을 확대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민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기업이 포인트를 줘 그 포인트를 서민금융진흥원 내 결제와 보증 기능을 가진 서민금융 전자플랫폼을 개설해 유통하도록 하는 통합포인트제를 실시하자”며 “은행과 신용카드사에서 발행한 포인트 거래도 허용하고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에 포인트를 추가하거나 QR코드, 스마트카드를 통해 포인트를 사용·적립하고 노령연금을 체크카드(교통카드 겸용)로 지급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가가치세는 포인트로 환원해주자”고 제안했다.



기부금 공제대상 단체에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모든 비영리 등록단체를 포함시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며 서민금융을 지원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정부의 사회복지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기부금 2,000만원 이하 공제율을 현행 15%에서 30%로 인상하고 2,000만원 초과 공제율은 현행 30%에서 40%로 인상해야 한다”며 “다만 기부금공제가 가능한 비영리단체의 무분별한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을 위해 바람직하나 대부업체가 이용자 중 30만명 가량 대출을 안 해줘 도미노처럼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며 “대부업계의 불법 채권추심도 늘어 자칫 연체자의 고혈을 더 짜낼 수 있어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불법사채·불법추심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며 “현재 대부업법 위반사범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고 불법 대부행위로 적발되더라도 불법 수익의 일부를 보전하고 있는데 대법원도 양형기준을 높이고 법을 바꿔 불법수익금을 전액 몰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불법 대부업에 채찍을 쓰면서도 엄격한 관리·감독을 전제로 대부업계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모사채 발행도 허가하는 당근책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송 위원장이 제안한 것처럼 영업구역이 제한된 지역주의 원칙을 풀어줘 좀 더 금리를 낮춰 서민금융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고 선임기자는 “정부가 주빌리은행을 벤치마킹해 1,000만원 이하·10년 이상 연체 원리금(원금 6조2,000억원)을 탕감해주기로 했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듯이 하지 말고 법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죽은 채권’은 자동소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차산업혁명시대 빅데이터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서민금융진흥원이 정량평가 위주에서 자립의지와 자구노력까지 정성평가를 하고 사후관리까지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도 서민 정책금융을 민간에 맡기는 식으로 하지 말고 직접금융을 확대하며 지원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서민금융은 시장성과 공공성이 혼재돼 있는데 노하우룰 쌓기 위해 햇살론 등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서민금융의 재정립을 위한 여러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의료·생계비 수요가 많은 게 현실인데 자활 등 자립형대출에 무게를 두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공공 직접대출을 늘리면 재정부담이 있는 것에 에 비해 보증을 통해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5배, 10배할 수 있고 리스크도 공유하고 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는데, 지원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정부 직접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햇살론의 절반은 복권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서민금융이 모두 민간 금융기관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 과장은 이어 “저금리로 지원하면 대출을 더 받으라는 신호가 될 수도 있어 시장금리에 가깝게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정책금융을 졸업한 뒤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지 정책금융으로 계속 커버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상환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 과장은 서민 맞춤형 상품과 관련, “현재 1~10등급의 상환의지와 능력에 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자금지원 수요가 많은데 비해 채무조정에 무게가 실려 있고 신보·기보와 서민금융진흥원 조직이 달라 빅데이터를 쌓는 데 제약이 있는 것은 숙제”라고 밝혔다.

박상춘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내년 2월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 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서민 금융사들이 대손비용을 줄이고 체질을 강화하도록 유도해 서민들이 자금을 적기게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편 정재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2012년 말 5%에 불과했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2016년 말 17%로 증가해 서민들이 글로벌 금리인상의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서민들이 은행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에서 서민의 자립을 위한 정책금융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양극화 심화 속에 제도권 금융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며 “기존 서민금융 체계를 혁신하고 새로운 서민금융 기구의 설립 논의를 활성화해 문재인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포용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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